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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3차예선] 쿠웨이트, 경기시간 맞춰 밤 9시 훈련…추위에 완전무장, 소리 지르며 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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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완전 무장’하고 훈련하고 있는 쿠웨이트 선수.

26일 오후 9시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파란 유니폼의 선수들이 버스에서 하나둘 내리더니 백호구장으로 성큼성큼 향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29일 오후 9시·서울 월드컵경기장) 상대인 쿠웨이트 대표팀이었다.

 영하 1도. 파주의 밤바람은 쌀쌀했다. 섭씨 40도가 넘는 고온에 익숙한 쿠웨이트 선수들에게는 낯선 추위였다. 쿠웨이트 선수들은 하나같이 모자에 장갑, 목 토시까지 착용한 채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추위를 이기려는 듯 큰 소리를 내며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쿠웨이트 대표팀 관계자는 “날씨가 춥다”면서도 “중국이 더 추웠다”고 웃었다.

 한국은 쿠웨이트에 지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반면에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본선 진출을 노리는 쿠웨이트도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10일 자국 리그 경기를 치르고 소집한 뒤 12일 중국 창샤에 캠프를 꾸렸다. 그곳에서 치른 북한(1-1무), 중국(0-2패)과의 평가전은 모두 야간에 열렸다. 23일 한국에 입국한 뒤 매일 한 차례 파주에서 실시한 훈련도 오후 9시에 시작했다. 경기 시간과 생체 리듬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쿠웨이트 선수단은 28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한 뒤 잔디에 맞는 축구화를 사러 갈 계획도 세웠다.

 대한축구협회는 쿠웨이트 선수단에 파주 NFC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가까운 김포공항 근처 호텔을 추천했다. 그러나 쿠웨이트는 서울 도심 쪽 호텔을 숙소로 결정했다. 그런 탓에 훈련장을 오가는 데 왕복 2시간 이상 걸렸다. 쿠웨이트 팀은 혹시나 한국이 꼼수를 부려 ‘하자 있는 호텔’을 지정해 주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사실 꼼수는 그들이 부렸다. 지난해 9월 쿠웨이트 원정 당시 대표팀은 쿠웨이트 협회가 소개해준 버스를 이용했으나 한참 빙빙 돌다가 숙소에 도착해 휴식시간을 빼앗겼다. 경기 당일에는 선수들의 이동 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버스에서 15분간 기다리다 걸어서 경기장까지 가기도 했다.

 쿠웨이트의 유력지 알와탄의 무함마드 엘 주크 기자는 “차두리를 비롯해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합류하지 않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승리가 필요한 쿠웨이트가 평소와 달리 공격적인 축구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쿠웨이트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등번호 17번의 공격수 바데르 알무트와(27)다. 무함마드 기자는 “주장인 알무트와는 A매치 114경기에 나와 39골을 넣은 팀의 핵심이다. 컨디션도 좋다”고 전했다.

파주=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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