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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사람을…〉등 한 주를 여는 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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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s 오현아 기자

# 행운은 불러야 찾아온다
〈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아주 사소한 습관들〉(마크 마이어스 지음, 김선형 옮김, 룩스 펴냄)

복권 당첨에 거는 허망한 꿈, 주식 투자에 기대하는 맹랑한 꿈. 사는 일이 팍팍할수록 일확천금의 꿈은 우리를 더욱 사로잡습니다. 매일 아침 5백원짜리 동전 하나로 우울한 현실을 위무하기 위함이겠죠.

미국의 뉴스레터 '바텀라인/퍼스널'과 '머니즈워스' 편집장인 마크 마이어스의〈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아주 사소한 습관들〉은 '복권 당첨'과 같은 우연에 기대는 것이 얼마나 쓸모 없는지 요모조모 보여줍니다.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가 나치 공격을 개시하던 날, 그 전까지 심하게 불던 폭풍이 갑자기 멈췄다고 합니다. 날씨가 도와주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아이젠하워는 공격 개시 4주 전부터 매일 스코틀랜드 기상학자를 찾아가 30분 이상 기상 학습을 했답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운을 부를 만한 노력을 했다는 걸 보여주는 얘기지요.

이제 당첨되지도 않는 복권은 던져버리고 매일 행운의 열쇠를 찾도록 노력하세요.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되, 과시하지 말라' 등 지은이가 제시하는 일곱가지의 비결을 따라가다 보면 행운의 사슬을 엮을 수도 있으니까요.

# 세상의 절망 뒤에도 희망은 온다
〈교실 이데아〉(최병화 지음, 예담 펴냄)

우리의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맵니다. '문제아'로 낙인 찍혀 교문 밖으로 내몰린 이 아이들을 감싸안을 곳은 진정 없는 것일까요. 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이들 역시 우리의 소중한 아들 딸이라며 설립한 곳이 경남 합천의 원경고등학교입니다.

〈교실 이데아〉는 iTV 프로듀서인 최병화 님이 98년부터 1년여 동안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내일은 태양〉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아이들은 격정에 휩싸여 손목을 긋기도 하고 새벽녘 기숙사 유리창을 모두 깨부시면서 폭동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들을 진정한 사랑으로 감싸안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세상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1년 뒤 원경고등학교는 하얀 신작로를 따라 8명의 졸업생을 세상으로 떠나 보냅니다. 그러나 이들의 떠남이야말로 진정한 새로움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과 문학 망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옐로사전〉(일본 무라카미월드연구회 엮음, 김선영 옮김, 새물결사 펴냄)

무라카미 하루키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작가도 없을 것입니다.〈노르웨이의 숲〉은 얼마 전 광고에까지 등장하면서 베스트셀러로 재진입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죠. 허무주의로 비판 받기도 하지만 하루키는 우리 문화를 읽는 하나의 코드임에 분명합니다.

일본의 하루키 매니아 모임인 '무라카미월드연구회'가 펴낸〈무라카미 하루키의 옐로사전〉은 하루키의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사생활' '여행' 등 다양한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하루키의 인생 궤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습니다.

하루키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수많은 작품을 써냈습니다. 처녀작인〈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매일 한 시간씩 밤에 맥주를 마시면서 4개월 만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또〈노르웨이의 숲〉은 단편 '개똥벌레'를 초안으로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쓴 책입니다. 인터뷰, 작품 소개, 집필에 얽힌 뒷이야기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습니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 "삶이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여학생의 친구〉(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열림원 펴냄)

'원조교제자의 이름·직업 등 인터넷 공개' 한동안 원조교제로 여론이 떠들썩했습니다. 교문 밖에서 떠돌면서 원조교제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납니다. 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안아야 할 가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사회는 끝없이 소비, 향락만을 부추깁니다.

원조교제의 원조격인 일본에서는 여학생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 님의 소설〈여학생의 친구〉는 육십 노인과 삶의 막바지에 몰려 원조교제를 생각하는 여고생의 쓸쓸한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정년퇴직 당한 뒤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는 겐이치로,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유일한 소망인 미나. 겐이치로는 미나를 도와주기 위해 아들을 속이는 행동도 서슴치 않지만 이들의 만남은 더 큰 허무만을 남깁니다. 어차피 삶이란 무의미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번번이 무언가를 소망하게 되니까요.

# 가을에 읽는 중세시대의 낭만
〈중세의 가을〉(호이징가 지음, 최홍숙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중세 하면 두 가지의 상반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음침한 복도를 지나가는 수도승과 햇빛 만큼이나 눈부신 창을 휘두르는 기사. 중세를 암흑 시대로 매도하는가 하면, 낭만적인 기사도의 시대로 동경하기도 하는 까닭입니다.

'고전읽기'에서 남경태 님이 네덜란드 문화사가 호이징가의〈중세의 가을〉을 소개했습니다. 이 책은 서양 중세에 관해 역사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흥미로운 사실을 말해줍니다. 호이징가는 중세가 암흑기는커녕 르네상스와 서양사의 근ㆍ현대를 낳은 비옥한 토양이라고 역설합니다. 결투를 신청한 공작이 값비싼 장비와 천막ㆍ휘장 등만 준비해놓고 정작 죽을 때까지 결투를 하지 않았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가을, 매력적인 시대 서양 중세의 모든 것을 다룬〈중세의 가을〉을 읽어보라고 남경태 님이 권합니다. 아울러 리치 블랙모어의 낭만적인 중세풍 앨범인 'Under a Violet Moon'을 함께 들어보라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 Books 기사

* 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아주 사소한 습관들
* 교실 이데아
* 무라카미 하루키의 옐로사전
* 여학생의 친구
* 중세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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