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조막손' 손문규 감동의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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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때문에 실의에 빠져있었는데 새로운 팀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쁩니다."

13일 열린 육상 남자일반부 5,000m에서 손문규(27.삼성전자)가 막판 혼신의 역주로 정만용(경찰대)과 백승도(한국전력) 등 기존 강호들을 따돌리고 우승하자 갑작스런 추위로 쌀쌀했던 구덕운동장 주경기장은 감동의 도가니로 변했다.

그가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조막손'이기 때문임을 육상인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

97년 종별선수권대회 5,000m에서 우승하며 황영조-이봉주로 이어져온 마라톤의 계보를 이을 기대주로 떠오른 손문규는 이듬해 실업대항대회에서도 우승했으나 이때 부터 잔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하며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원래 코오롱에서 뛰었던 손문규는 지난해 9월 '항명 파문'으로 이봉주와 함께 삼성전자로 이적한 뒤 시드니올림픽 때까지 이봉주의 마라톤 훈련 파트너를 하며 무명 시절을 보냈다.

이봉주와 함께 뛰며 많은 것을 배웠다는 손문규는 이번 체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막판 스퍼트가 좋은 손문규는 이날 결승점 200m를 남길 때까지 4위로 쳐져 있었지만 110m를 남기고 2위로 올라섰고 혼신의 역주로 14분40초10에 골인, 결국 백승도(14분42초94)를 2.84초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실한 연습태도로도 잘 알려진 그는 앞으로 마라톤에서 8분대 기록을 세워 세계적 수준에 오르는 것이 꿈.

167㎝, 67㎏으로 장거리에 적합한 체격을 가진 손문규는 스피드와 투지가 좋아 지구력만 조금 보완하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의 이름을 드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부산=연합뉴스) 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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