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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시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9호 04면

봄이 오는 길목에서 시간을 생각합니다.
시간은 직선입니다. 쏜살같이 앞으로만 달려갑니다.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장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에 밀리듯, 사람들은 그 물결에 올라타고 흘러가야만 하는 운명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원이기도 합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돌고 돕니다.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나 압니다. 그런 예측 가능한 순환 덕분에 인간은 희망을 잃지 않게 됐습니다.

지난주 일요일이 우수(雨水)였습니다. 눈과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스며들어 얼어붙은 땅덩이를 녹인다는 절기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번 목요일 새벽에는 비가 촉촉하게 내렸습니다. 굳었던 땅이 풀리면 머지않아 들판엔 아지랑이가 어질어질하겠지요.

직선이든 원이든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이 정지된 곳이 있습니다. 고궁입니다. 수백 년 전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21세기 메트로폴리탄 한복판에서 담벼락 하나만 지나면 ‘옛날’입니다.

문화재청이 21일 ‘궁궐문화 캘린더’를 선보였습니다.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종묘의 다섯 궁궐에서 매달 열리는 행사를 정리해 여섯 번 접은 책자로 만들었습니다. 경복궁에서 장 담그기, 창덕궁 달빛 기행, 전통 국악을 들어보는 창경궁의 아침, 천하명인 덕수궁 풍류, 해설이 있는 종묘 제례악 등 솔깃한 제목들이 눈에 띕니다.

무작정 떠밀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문득 고궁을 가볼 일입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흐름이 보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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