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노동자 다큐 '평행선' 감독과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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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행선〉은,1998년 일반노동자들의 격렬했던 현대자동차 1차 파업이 노사간의 합의로 마무리되고 다시 277명의 노동자중 144명의 힘없는 식당 아줌마들이 무더기 정리해고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협상의 제물이 되어야만 했던 식당 아줌마들, 아줌마라기보다는 노동자란 단어가 더 선명한 이들이, 3년동안 회사와 노조측과의 싸움을 그려낸 이야기이다.

상영시간 70분 동안 눈을 땔 수 없는 생생한 화면과 현장의 울부짖음이 관객들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는지 상영중 곳곳에서 흐느낌이 들려오고, 가슴 시린 감동의 물결과 아쉬움의 물결이 뒤엉킨 가운데 영화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나눈 감독와 관객과의 대화

영화 평행선을 제작한 이혜란, 서은주 감독은 현재 '희망'이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노동자교육비디오를 제작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의 건강을 기록한 영화를 찍어 산업재해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교육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문) 나이가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잘 보았다 식당노조아주머니 이야기를 다룬 동기는?
- 이혜란: 항상 기획의도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아마도 본인이 남자였다면 작품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집회나 노동자 현장에서 98년 정리해고가 법제화된 후의 싸움인 36일 동안의 격렬한 파업현장을 취재하려고 그 현장에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 버렸다.

98년 정리해고 후 서울에 와서 일상적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여성 노동자의 모습들이 보통과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 노동자 이야기만해도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예로 모성보호에 대한 것, 성희롱, 납땜하는 임신부이야기, 저임금 여성노동자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싶었는데 아직 많이 못 다루었고 그 중 이번 작품이 먼저 다루어진 것이며 여성노동자 이야기는 정말 다루기 힘들었다.

문) 평행선 이 작품의 문제점은?
- 서은주: 노조위원장이 정리하면서 이야기한 것이 끝까지 만날 수 없는 관계라고 해서 제목을 설정했다. 억압된 부분들의 미묘한 갈등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것 같다.

문) 영화속 중제위원에 남자만 있는데?
- 이혜란: 현대자동차 몇 만명의 직원중 여자는 식당아줌마들 만이 존재한다. 러하기에 중제위원회가 생겨도 그것은 남성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

문) 전체적으로 부정적 결말인 이유는?
- 이혜란: 결과적으로 회사안을 받아 들이면서 투쟁이 끝났다. 객관적으로 승리의 관점을 투쟁이 소중함에 두어야 하지만 싸움은 패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의 과정에서 실패가 이루어 질수 밖에 없었던 것에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문) 원초적 잘못은 누구인가?
- 서은주: 책임을 전적으로 질 만한 사람은 없다. 그저 피해자가 식당 아줌마들이란 것과 노동조합, 정부, 회사 모두가 서로 의사소통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 결말이 미흡한 것 같은데?
- 답)이혜란: 중제안을 받아드리지 않는다고 했다가 24시간도 되기도 전에 중제안을 받아들여 승인했고, 그 이후에는 촬영이 금지 되었다. 그래서 사진으로 대신해 삭발 농성이나 알몸 농성 사진이 보여지면서 마지막을 장식해 그렇게 보여진 것 같다.

문) 이들 식당아주머니들이 주 노동자라는 사실을 왜 부각 시키지 않았는가? 가족의 인터뷰나 생활속으로 찾아가 부각시킬수 있는데?
- 서은주: 여성투쟁을 여성 계급의 갈등과 아웃사이더로서의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차별 받는것에 대해 부각 시키려고 의도했는데 잘 보여지지 않았나 봅니다. 이들이 한집안의 중요한 가장이라는 것이 집이나 가족의 인터뷰로 공개되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 힘든 투쟁인데 가정까지 찾아가면서 촬영하기는 힘들었다.

예상외로 관객들이 받은 충격이 컸던 것일까? 질문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한정된 대화시간이라 질문에 모두 답하지는 못하고 감독들은 자리를 떠야 했다. 아직도 이땅의 어디에선가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부산= PIFF공동취재단 <asu1969@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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