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 View 파워스타일] 스타키코리아 심상돈 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5면

스타키 보청기는 외국계 회사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청기 회사다. 각국에 지사가 있다. 전 세계 지사를 통틀어 스타키코리아의 심상돈(57) 대표는 연봉이 가장 많다. 최장수 지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16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보청기’하면 다소 올드한 이미지다. 그런데 그의 옷차림과 스타일은 오래돼서 편안한 것과 산뜻하고 개성이 확실한 것을 세심하게 조화시킨 느낌이다.

 “촬영 때문에 이렇게 입은 게 아닙니다. 평소 이런 차림으로 다닙니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띈다. 검정 슈트에 물방울 넥타이, 가슴에 꽂은 손수건과 앞 코가 뾰족한 갈색 구두는 튄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간의 흔적에서 우러나는 멋스러움도 배어 있다.

 8년째 들고 다니는 벨루티의 가죽 손가방① 에는 그의 손때가 묻어 있다. 손잡이 부분은 반질반질하다. “나이 들었다고 보톡스 맞고, 주름살 제거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저는 ‘세월의 흔적’이 남는 것이 좋아요. 가방에 손때가 묻으면 ‘오래된 것의 친밀감’이 있습니다. 세월이 그 사람의 자취니까요. 요즘은 아이패드를 담기에도 사이즈가 딱 맞아 더 정감이 갑니다.”

 심 대표가 신고 있는 갈색 구두②도 벨루티다. “명품이 비싸다고 하죠. 그런데 그걸 10년, 20년씩 신으면 결코 비싼 게 아닙니다. 꾸준히 관리를 하면 됩니다.” 이 구두도 8년째 신고 있다. 평소에는 먼지만 털 뿐, 따로 구두를 닦진 않는다. 3개월에 한 번씩 매장에 맡겨 크림을 바르며 마사지만 해주면 된다. 관리 비용은 1만~3만원 정도다. “8년이 됐지만 아직도 멀쩡합니다. 20년은 충분히 신을 수 있습니다.” 왼쪽 구두의 바깥쪽에는 사자 모양의 타투가 새겨져 있다. 구두를 살 때 주문했다고 한다. “수사자는 아름답다기보다 멋있습니다. 묵으면 묵을수록 우러나는 맛, 그게 멋이죠.”

 그는 손목에 찬 파란색 시계③를 보여줬다. 쿠바제 쿠에르보 와이 소브리노스다. 그걸 산 이유는 하나다. 색깔에 반해서다. “그냥 파랑이 아니라 코발트빛 바다색입니다. 푸른 색은 신뢰감과 안정감을 줍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죠. 그런 마음으로 시간관리를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심 대표는 서울 성동구 상공회 회장도 맡고 있다. 청와대의 상공인 초청 모임에 간 적도 있다. 그는 오래된 파란색 구두를 신고 갔다. 함께 간 기업인이 “청와대에 어떻게 파란색 구두를 신고 오느냐. 연예인도 아니면서”라며 핀잔을 줬다. 그는 이렇게 받아쳤다고 한다. “연예인은 자신의 스타일로 퍼포먼스를 하는 겁니다. 그걸로 돈도 벌죠. 저는 돈을 받지 않고, 제 삶과 스타일을 퍼포먼스하는 겁니다. 삶이란 결국 퍼포먼스니까요. 물론 ‘그런 꾸밈이 싫다. 나는 자연스러운 게 좋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도 자연스러움이란 코드로 이미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겁니다. 퍼포먼스가 없다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o.kr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