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의 맛집풍경] 여의도 '진주 청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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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이름만 들어도 고약한 냄새를 떠올리며 코를 쥐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향긋한 고향의 내음이라며 군침을 삼키는 사람이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한국신용평가빌딩 지하상가에 자리잡은 '진주청국장(02-785-6919)'.

빌딩지하에서 청국장을 취급하려면 다른 점포의 원성(?)도 만만치 않을텐데 의외로 식당밖에서는 청국장 특유의 냄새를 느낄 수 없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서도 코끝을 자극하는 강렬한 냄새가 아닌 은은하게 깔린 내음으로 와 닿을 뿐이다.

이 집의 청국장찌개는 냄새가 역하지 않으면서도 어릴적 할머니가 끓여주신 구수하고 깊은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경남 진주 시골집에서 띄운 청국장을 받아 서울에서 따로 만든 것과 반씩 섞어 찌개를 끓인 것이 냄새를 없앤 비결. 특히 진주에서 '뒤포리'로 불리는 밴댕이를 밤새 곤 국물에 호박·풋고추·바지락 등을 넣고 재래식 간장으로 간을 해 끓여낸단다.

1인분에 5천원인 청국장찌개에 굴비구이·겉절이김치·모듬전·버섯나물·가지무침 등 8가지 밑반찬이 나오는데 창녕지방에서 즐겨먹는 갈치식해까지 곁들여진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은 맨밥 한술을 입에 넣어도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로 달고 찰지다. 이밥을 청국장찌개에 비비면 더욱 감칠 맛이 난다.

손님을 접대하려면 1만원짜리 정찬 메뉴가 있는데 보쌈·북어구이·오색나물·가오리찜·맑은 탕국 등 5가지 반찬이 추가로 오른다.

저녁 술손님에게는 돼지고기 수육·해파리 냉채등 각종 안주가 푸짐한 상찬(1만5천원)메뉴가 인기다. 이 상차림에는 늙은 호박으로 부친 호박부침이 특이하다.

단품메뉴중 돼지고기수육(1만원)도 이 집의 대표주자. 된장과 청주를 푼 물에 생강·양파 등을 넣고 돼지고기를 삶아내는데 비린내가 나지 않고 부드럽다.

국회가 열리는 날이면 덩달아 바빠질 정도로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손님이 많을 땐 음식내는 속도가 느려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게 흠. 4개의 방에 3백여석이 마련돼 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닫고 일요일은 쉰다. 10여대의 차를 댈 공간은 있으나 승용차는 이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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