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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이 다른 조직 예하 되면 헌법 보장한 지위 인정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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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채필 노동장관

“노동운동 조직이 정당과 한 몸이 돼서는 안 된다.”

 이채필(55)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노총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졌다. 민주통합당과 사실상 통합한 것을 겨냥해서다. 그는 앞서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연찬회 등에서 연이어 비슷한 발언을 해 한국노총과 민주통합당으로부터 격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인터뷰 내내 흔들림이 없었다. “주무장관으로서 문제를 짚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본지 양영유 사회1부장과의 일문일답.

 - 요즘 ‘쓴소리’ 장관으로 통한다.

 “국무회의에서도 해야 할 말은 꼭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노총 사례도 올 초부터 해 온 얘기다.”

 - 한국노총, 뭐가 문제인가.

 “노동단체도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노동운동은 대내적 민주성, 대외적 자주성이 생명이다. 다른 조직의 예하 조직이 된다면 헌법상 보장된 노동단체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

 - 한국노총은 과거 한나라당하고도 정책연대를 했다.

 “질적으로 다르다. 노총 총책임자가 당 의사결정기구의 최고위원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당하고는 괜찮고 야당하고는 안 된다는 게 아니다.”

 - 법상 문제가 있나.

 “지금 시점에서는 예방적 차원에서 법 위반요소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다. 이성을 찾고 냉정하게 판단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은 이미 다 나와 있다.”

 -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내로 묶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로는 세계가 혀를 내두르는 수준이다. 하지만 투입되는 노동량에 비해 질 향상이 안 된다. 거품이 낀 노동을 하는 셈인데, 이 낭비적 요소를 걷어 내자는 것이다.”

 - 결국 ‘일자리 늘리기’ 아닌가.

 “장시간 근로를 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산재 위험이 늘어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힘들고 능력 개발, 노사 협력도 잘 안 된다. 이것을 줄이면 1석 5조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일자리 때문만은 아니다.”

 - 기업들은 현장 사정도 모르면서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한다.

 “이미 장시간 근로를 줄인 사업장 사례를 봐라. 고용 조금 늘리고, 근로시간은 줄고 매출은 늘었다. (생산성을 높여) 생산량이 보전되니까 임금도 보전된다. 노사가 이런 해법을 찾아야 한다. 후진국 방식, 20세기 이전 방식에 안주하려 해선 안 된다. 시장이 허용을 안 한다.”

 - 현대차의 이른바 ‘귀족노조’는 어떻게 보나.

 “노사 모두 고칠 점이 많다. 현대차는 차 한 대 만드는 데 30시간 걸리는데 외국은 20시간이면 만든다. 노동량은 많지만 제대로 일하는 시간은 적다는 거다. 근로자들은 (임금) 할증률 높은 휴일특근, 연장근로를 선호한다. 회사도 국내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그렇게 (장시간) 일 안 시킨다.”

 - 로스쿨 졸업자로 노동분쟁구조원을 만든다는데.

 “산재·체불 등 근로자들이 생활에서 부딪치는 애로사항이 많다. 로스쿨 졸업자와 젊은 노무사들을 채용해 그 해법을 찾도록 돕자는 취지다. 로스쿨 졸업자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법률 서비스 문턱도 낮출 수 있다. 올해 안에 만들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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