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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받는 전직 대통령 YS뿐, 얼마 받나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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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시가 지난 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동으로 쓰이는 땅을 더 이상 무상 임대해 줄 수 없다는 공문을 경찰에 보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법률로 정해 놓은 이상 무상임대를 해줘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국가에서 법률로 예우하는 대상자는 전직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오늘은 국가 차원의 예우를 받는 이들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배우자에게 보수 70% 지급

국가에서 법률을 통해 예우하는 대상은 모두 일곱 분야다. ▶전직 대통령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5·18민주유공자 ▶의사상자 등이다. 우선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해선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 본인뿐 아니라 유족에 대한 연금 지급, 경호·경비 등의 혜택이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연금 지급액은 대통령 보수연액의 95%다. 여기에서 ‘보수연액’은 대통령이 매달 받는 돈의 8.85배로 시행령에 정해놓았다. 연금 지급은 전직 대통령이 ‘퇴임 당시’ 받았던 금액이 기준이 아니라 ‘지급 당시’의 금액이 기준이다. 따라서 올해 전직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받는 연봉을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뒤편에 위치한 경호동 시설. 최근 서울시가 더 이상 무상 임대를 해 줄 수 없다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포토]

 올해부터 이 대통령은 지난해보다 4.09% 인상된 1억8641만9000원의 연봉을 받는다. 수당이 따로 붙지만 월급은 1553만여원. 따라서 전직 대통령 연금의 기준이 되는 보수연액은 월급의 8.85배인 1억3748만여원이다. 이 금액의 95%를 받으므로 전직 대통령은 매달 1088만여원을 받으며 교통·통신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1700만여원을 더해 모두 2788만여원을 매달 받는다. 전직 대통령이 사망했을 경우 그 배우자가 보수연액의 70%를 받는다.

 전직 대통령은 연금 외에 경호·경비, 교통·통신과 사무실 지원, 본인과 가족에 대한 치료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재직 중 탄핵 결정으로 퇴임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경호·경비를 제외한 모든 혜택이 취소된다. 형사처분을 회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거나 한국 국적을 잃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공직에 취임할 경우 연금 지급은 그 기간 중 정지된다.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뿐이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배우자로서 연금을 받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12·12사건으로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 징역 17년 형이 확정돼 경호·경비를 제외한 모든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다. 7개의 예우 법률 중 가장 먼저 제정됐다. 제정 당시에는 보수연액의 70%를 지급하도록 돼 있었다. 1981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이를 90%로 상향 조정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군사독재 시절 만든 특권”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애완동물 구하다 순직한 소방관도 국가유공자 인정

국가의 독립·유지와 민주화 등에 힘쓴 유공자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한다.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5·18민주유공자 등이다. 대중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헌혈 유공자 등 ‘유공자’ 명칭이 붙은 정부 포상이 많지만, 이 중 국가는 위 다섯 가지 분야에 속한 사람에 대해서만 예우 법률을 정해 보상·지원을 한다.

 국가유공자는 군인 또는 경찰·소방 공무원 등 위험한 공적 임무를 맡아 목숨을 잃거나 다친 이들이 주요 대상이다. 이 중 무공훈장을 받거나 공무 중 목숨을 잃거나 다친 공무원, 고엽제 후유증 피해자도 포함된다. 4·19 혁명과 관련해 사망·부상했거나 공로를 세운 사람과 국가사회발전에 눈에 띄는 공로가 있어도 국가유공자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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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법률로 정한 유공자의 인정 범위가 모호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잦다. 법률에서 인정 범위를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으로 정해놓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2009년 4월 훈련소에 입대했다 다음날 사망한 김모(당시 19세)씨 유족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사를 담당했던 해당 보훈지청은 “기존 질환에 의한 사망”이라며 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자 유족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평소 정상 생활이 가능했던 질병이 훈련으로 악화됐다면 군 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강원도 속초에서 고양이를 구조하려다 로프가 끊어지면서 10여m 아래로 떨어져 숨진 김종현(29) 소방교도 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보훈처는 “김 소방교의 당시 업무는 민원 처리였지만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에 관련된 직무”라고 판단했다.

참전군인 명예수당 월 12만원, 상이군경 최고 224만원

독립유공자의 경우 해방 직전인 1945년 8월 14일까지 일제에 저항하거나 독립을 위해 항거한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미 60년이 지난 사안이라 신청에 의해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고 보훈처의 자체 조사·발굴을 통해 인정받는 사례가 많다. 정부는 1995년부터 독립유공자 조사를 시작했다. 5·18민주유공자의 경우 행정안전부에서 특별위원회를 꾸려 선정을 마친 상태여서 현재 신규 신청은 받지 않고 있다.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 등으로 인정받으려면 관련 서류를 구비해 신청서를 지방보훈청에 제출하면 된다. 신청자는 보훈처의 심사와 신체검사 등을 거친다. 선정되면 보상금과 각종 지원을 받는다. 국가유공자 중 상이군경은 매달 33만5000~224만6000원씩, 독립유공자는 매달 46만6000~538만5000원씩 보상금을 받는다. 이와 별도로 간호·생활조정 수당 등이 자격이 되는 사람에 한해 2만~203만6000원씩 지급된다. 65세 이상인 6·25전쟁, 베트남전쟁 등 참전유공자는 명예수당으로 월 12만원을 받는다.

 유공자는 보상금과 함께 교육·취업·의료·금융 지원 등을 받는다. 국가·독립유공자는 대중교통과 고궁·공원 등의 이용료로 무료나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유족·가족도 일부 혜택을 누린다. 유공자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국가보안법 위반 혹은 중범죄를 한 혐의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자격을 잃는다.

다른 사람 구하다 목숨 잃은 의사자도 보상금

국가는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숨지거나 다친 ‘의사상자’도 예우한다. 앞서 다른 예우 대상자들이 국가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는 의미라면 의사상자는 사회 정의를 실현한 이를 예우하는 차원이다.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려다 죽거나 다친 사람을 가리킨다. 2001년 1월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고(故) 이수현씨가 대표적 사례다.

 1970년 법이 제정됐고 현재까지 638명이 인정돼 정부의 예우·지원을 받고 있다. 법이 생긴 지 40년이 넘지만 수는 적은 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0~80년대 의사상자로 인정받은 이가 거의 없었다”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정부에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80년대 후반부터 물에 빠진 이를 구하고 숨진 이가 인정받는 등 의사상자 수가 차츰 늘었다. 복지부가 신청자 접수를 받는다. 신청자는 군·경찰·언론 등에 나온 공신력 있는 입증 자료와 병원 진단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경찰 보고서는 10년밖에 보관하지 않고 언론에 실리지 않은 사건도 많아 심사를 통과하기 까다로운 편이다.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지만 법률이 인정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최근 들어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2010년 3월 ‘금양98호’ 선원 9명은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인 뒤 이동하다 다른 선박에 부딪쳐 침몰했다. 선원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됐다. 같은 해 6월 복지부는 심사위원회를 열고 금양98호 선원들이 의사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타인의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것이 확실한·급박한 상황이라 보기 어렵고 적극적 구조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조작업을 하던 도중이 아니라 이동하던 중 화를 당한 것은 의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구조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다”는 반대 여론이 일었다. 지난 1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이동’하다 죽거나 다친 사람도 의사상자로 인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의사자로 인정받으면 2억180만3000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의상자는 부상 정도에 따라 1009만~2억180만3000원이 지급된다. 치료비를 돌려받거나 교육·취업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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