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PIFF 인터뷰] '명계남과 짜장면의 조화'

중앙일보

입력

취재를 위해 PIFF광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묘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저녁에 출연할 생방송 전 식사를 위해 광장으로 나섰던 명계남씨가 팬들에게 둘러 쌓여(계속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음) 싸인을 해주느라 식사도, 방송도 못할 지경에 이르자 명씨의 등 뒤에서 취재를 하던 기자가 구출(?)을 해주었다.

명계남씨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푼지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지팡이에 의지해 걷고 있는데, 보고 있자니 안될것 같아 목적지까지 안내역을 자청했다.

같이 걸으며 얘기를 나누다 그가 식당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짜장면 전문점까지 동행한 후 돌아서려 하자, "진기자, 식사는 했어요?"라는 질문에 "한 그릇 사주시겠습니까?" 라고 답하자, "그럼요, 들어오세요."라고 반가워했다.

이렇게 '웃기는 짜장'같은 사연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명계남씨가 몸도 불편하고 생방송을 앞둔 시점이라 복잡한 얘기는 삼가고 가벼운 내용의 대화형식이 오갔다. 물론 짜장면을 얻어 먹으며.

문) 다리는 어쩌다 다치셨는지?
- 답)(웃으며)글쎄요, 얘기하자면 하도 긴 사연이라....

문) 부산국제영화제, 어떻게 보세요?
- 답) 대단한 거예요. 영화관이 한 곳에 몰려 있는 등 환경도 좋고 사람들의 열기 또한 엄청나잖아요. 내가 영화제에 관여하고 있다고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아주 성공적이예요. 어떤 사람은 칸느처럼 필름마켓이 취약한게 아닌가 하는 말도 하나본데 그건 그 사람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거예요.

모든 영화제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부산영화제는 그쪽과 성질이 달라요. 하지만 올해부터 필름마켓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건 , 연습삼아 한번 해봤는데 반응이 상상외로 좋더란 말이지. 그러니 앞으로는 그쪽도 발전할 거예요.

문)부산엔 자주오시나요?
- 부산의 모방송에 영화프로를 진행하고 있어 일주일에 한번씩은 내려와요. 그리고 영화제때는 끝날 때까지 부산에 눌러 앉아 있죠.

문) 요즘 바쁘시죠?
- 바쁘긴요, (웃으며)한가해요. 근데 딴게 바쁜게 아니고 요즘 영화 JSA가 대박을 터트리고 있잖아요. 영화를 만든 회사가 '명필름'이거든. 내 성이 명씨잖아. 그러니 어떤 사람들은 '명계남이가 사장인가 본데 돈 엄청 벌었겠구나'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지. 그래서 옛날 학교 동창녀석이 돈 빌려 달라고 찾아오질 않나, 골치 아파요.

식사를 마치고 기자가 건넨 담배를 피우며 함께 나선 그에게 한 여성팬이 다가와 싸인을 해달라고 하자 순식간에 주위 사람들에게 둘러 쌓이고 말았다. 그를 위해 곧 생방송이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명계남, 누가 사인 한장해 달라면 싫은 내색 한번 안하는 사람. 학생들이 싸인을 해달라면 이름을 물어보고 남자면 '형' 여자면 '언니'라고 쓰며 다정한 농담을 건네는 사람.

기자에게 귓속말로 "싸인 해달라고 하는데 안해주면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할테고"라며 말문을 닫는 그의 모습에서 연예인으로서의 불편함과 함께 인간적인 솔직함 그리고 연륜의 중후함이 느껴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