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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중1·초1 두 딸과 신문 함께 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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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심미향 NIE 연구위원(왼쪽)이 정옥씨의 두 자녀에게 신문을 보여주며 눈높이에 맞는 기사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최명헌 기자]

신청 사연=“초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자매를 키우고 있어요. 나이 터울이 많다 보니 NIE를 시도하기 쉽지 않네요. 같은 기사라도 막내에게 기준을 맞추면 흥미 위주로 끝나버리고, 첫째 눈높이에 맞추면 학습에 초점을 맞추게 돼요. 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NIE 방법은 없을까요?”

 정옥(38·여·서울 성북구)씨는 자매의 공부를 직접 지도하고 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큰딸 이정후(서울 성신여중 1)양은 엄마의 지도에 곧잘 따랐다. 지난해부터는 신문 일기도 쓰고 있다. 동생 이지수(서울 정덕초 1)양도 언니 어깨너머로 신문 스크랩을 배워 일기에 오려 붙인 뒤 그림도 그리고 짧은 글짓기도 한다. 엄마와 언니가 시사 이슈를 놓고 대화를 나누면 “난 그런 거 싫어” “이게 짱이야”라며 끼어들기도 한다.

 정씨는 “신문은 책과 달리 민감한 시사 이슈를 다루고 있어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신문이 좋다는 건 알겠지만, 교육에 비전문가인 엄마가 기사를 꼼꼼히 읽고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읽지 못한 신문이 쌓여가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죄책감마저 들어요. 부담 없이 재미있게 신문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이렇게 하세요=정씨의 가정을 방문한 심미향 NIE 연구위원은 “엄마가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읽고 좋은 기사를 찾아 스크랩해둬야 NIE를 하는 엄마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 생각하는 정씨에게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정씨는 “아이에게 신문 일기를 쓰라고 해놓고 내가 신문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심 연구위원은 “가족 모두 마음에 드는 기사 한 편씩 골라 서로에게 요약해 설명해주는 방식을 취하라”고 추천했다. 엄마가 모든 역할을 다 떠맡지 말고 가족 모두 신문을 돌려 읽고 각자가 재미있다고 느낀 기사를 한 편씩 택하면 된다는 말이다.

 아이가 시사 이슈를 물어 볼 때도 답변에 대한 두려움 대신 “같이 찾아보자”고 답하면 된다. 정씨는 “특히 정치나 교육 관련 이슈에 대해 물어오면 떨리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엄마의 견해를 아이가 ‘모범 답안’으로 인식해 버릴까 봐 지나친 책임감을 느꼈던 것이다. 심 연구위원은 “솔직하게 ‘엄마 생각에는 이렇다’고 얘기하고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는 편이 낫다”고 알려줬다. 그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 인식해도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그릇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정후와 지수가 함께 할 수 있는 NIE 방식도 간단했다. 같이 기사를 보면서도 엄마가 질문과 반응을 다르게 해주면 된다. 사춘기에 접어든 정후에게는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네가 알 거야” “엄마가 표현하지 못하는 의미도 너는 느꼈을 거라 믿어”라는 식으로 정서적 지지를 표현해주는 게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지수에게는 단어가 나타내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설명해줘야 한다.

 심 연구위원은 스크랩해온 기사를 보여주며 아이들과 직접 대화도 나눠봤다. 기사는 ‘100년 뒤 미래 예측’에 대한 내용으로 ‘미래에 인기를 끌 약’의 목록이 도표로 정리돼 있었다. 그는 “미래에 이런 약이 나온다는 데 이것 중에 지금 필요한 약은 뭘까?” “약의 목록을 보니 미래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 같니?” “100년 전 사람들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예측했을까?”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정후는 지수가 내놓는 엉뚱한 답변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여줬고, 지수는 정후의 답을 듣고“언니는 똑똑한 것 같다”며 맞장구를 쳤다.

 심 연구위원은 “NIE는 답이 정해진 게 아니고 다양한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학습 방법”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꼭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고 오류를 짚어줘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아이들과 웃으며 편하게 대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심미향 위원, 이정연 위원

중학생 정후는=기사에 대한 느낌과 감상 위주로 정리한 신문 일기 말고도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NIE 방식을 추천했다. 사건을 전달하는 보도 기사와, 글쓴이의 주장을 담은 의견 기사를 분류해 정리한다. 보도 기사를 읽은 뒤엔 육하원칙에 준해 줄거리를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본다. 시사 상식을 늘리는 동시에 독해력을 키우고 정확한 표현력도 기를 수 있다. 칼럼이나 사설 같은 의견 기사는 주장과 근거를 분류해본다. 한 글자씩 들여 쓴 형식 단락을 구분하고 매 단락마다 주제문을 간추린다. 주제문을 모아 전체 내용을 요약한 뒤 글쓴이의 주장이 타당한지 자신의 견해도 덧붙여본다. 정후가 쓴 의견 아래 엄마·아빠·동생도 나름의 견해를 덧붙여 주면 가족일기의 역할도 겸할 수 있다.

초등학생 지수는=사진·광고·표제 등을 활용한 간단한 활동을 한다. 사진을 보고 지수가 느낀 점을 표현하면 엄마가 사진 속 정황을 알려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심 연구위원은 “지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 난민들이 배를 타고 표류하는 사진을 보고 ‘재미있겠다’ ‘멋지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마는 지수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충분히 들어준 뒤 지수의 눈높이에 맞게 “전쟁이나 가난 때문에 집을 잃고 갈 곳이 없어 배를 타고 떠도는 거야”라고 일러주면 된다. 신문 표제를 활용한 짧은 글 짓기, 어려운 낱말이 지시하는 것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기와 같은 활동도 가능하다.

박형수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시사용어

역차별(Reverse Discrimination)

무상급식, 양육수당 등 다양한 복지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전에 없던 혜택이 늘면서 동시에 역차별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역차별이란 다수 집단에 의해 불이익을 받은 이전의 소수 집단 또는 사람들을 우대할 때 쓰는 용어다. 여성 고용 확대나 서민만을 위한 금융 지원이 그 예다. 이런 특정 계층만을 위한 복지가 늘면 이 혜택에서 소외되는 남성이나 중산층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역차별을 느끼고 반발하게 된다. 특히 기존 다수 집단 가운데서도 특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혜택을 받는 소외 계층에도 속하지 못해 복지의 사각지대가 된 이들이 역차별의 피해자로 전락하기 쉽다. 전문가들은 복지 혜택을 만들 때 지역별·성별·소득별 다양한 기준을 고려해 형평성을 높여 역차별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저격수(Sniper)

사격에 뛰어난 명사수를 의미한다. 빠르게 날아다니는 도요새(Snipe)를 쏘아 맞힐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사격술을 갖춘 특수 보병 병사를 지칭한다. 군사용어인 저격수를 정치권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주로 상대 진영 후보를 공격하는 일을 도맡은 정치인을 저격수라 부른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자타가 공인한 저격수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1997년 김대중 정부 출범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10년간 대여(對與) 공세의 최선봉에 서서 폭로전을 이끌었다.

홍 전 대표는 “저격수를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팩트(fact·사실관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허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대를 공격하되,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추론을 통한 음모를 퍼뜨리는 것은 저격수가 할 일이 아니란 의미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연달아 열린다. 여러 후보가 경쟁하며 표심 잡기가 본격화되면 저격수를 자칭하는 이들이 상대 진영을 상대로 공세를 몰아칠 것이다. “기관총을 들고 아무 데나 쏘는 게 아니다”라는 원조 저격수의 충고를 가슴에 새기면 어떨까.

신문 속 인물과 사건 2012. 2. 15 ‘간호사 오빠’ 5000명 … 여성 환자가 더 찾아요

‘간호사 오빠’ ‘군인 누나’ … 어떻게 느껴지나요

중앙일보 2012년 2월 15일자 20면

‘남녀 차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대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쉽게 우월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이죠. 실제로 여성은 특별한 이유 없이 남성에 비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자녀에게도 남녀 차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답니다. 아들은 대를 이을 귀한 존재로, 딸은 그저 살림 밑천으로 여긴 거죠. 아들은 부엌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고 방안에서 점잖게 공부하게 했고, 딸은 부엌에 들어가 온갖 집안일을 도맡는 일이 흔했어요. 집에서부터 이러니 학교에선 더 심했죠. 반장은 무조건 남학생 몫이었고, 여학생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통솔력이 있어도 부반장이나 미화부장 정도를 맡는 게 전부였어요.

 세상이 달라졌다고들 하는데 이 ‘남녀 차별’이라는 말의 정의도 새로워져야 할 것 같아요. 지난 15일자 20면에 실린 ‘간호사 오빠’에 대한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이에요. 선생님은 이 ‘간호사 오빠’라는 말이 정말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저도 모르게 ‘의사는 남자, 간호사는 여자’라고 세뇌돼 있었나 봐요. 생각해 보면 직업에 대한 남녀 차별적 인식도 참 뿌리 깊어요. 군인은 남자, 비서는 여자, 사장은 남자, 미용사는 여자, 운전 기사는 남자, 은행 창구 직원은 여자 …. ‘간호사 오빠’라는 말이 어색한 것처럼 ‘군인 언니’ ‘운전기사 언니’도 짝이 안 맞는 신발처럼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지네요.

 기사에는 간호사라는 직업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어울리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의식이 거의 없는 환자를 옮기거나 위험한 치료 도구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힘이 센 남자 간호사가 훨씬 안정감이 있다는 거죠. 설명을 들으니 요리사라는 직업이 떠올랐어요. 지금은 남자 요리사가 많아져서 하나도 이상해 보이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리는 무조건 여자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무거운 주방 기구를 다루면서 빠른 속도로 재료를 다듬고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양을 맞춰 음식 맛을 내는 일이 남자들에게 더 적합하다고 인식이 바뀌게 됐죠. 지금은 어때요? 남자가 흰 빵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잖아요.

 언제까지나 금녀(禁女)의 영역일 것 같았던 군인이라는 직업도 바뀌고 있죠. 여대생이 제복을 입고 군사 훈련을 받은 뒤 장교로 임명되고 있으니까요. 또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나 경찰대에서도 최우수 졸업생으로 여학생이 선발되는 경우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어요.

 혹시 ‘그래도 이건 여자만, 혹은 남자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업이 있나요? 남녀의 특성은 분명 다르니까 성의 차이에 따라 더 유리한 일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서로 다르다는 ‘차이’가 ‘차별’이 돼선 안 되겠죠. 여러분이 사회의 주역이 될 미래에는 어떤 분야에서건 ‘남녀 차별’ 대신 ‘남녀 차이’라는 말이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심미향 숭의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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