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은 탈북자를 범죄자로 보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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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중국 당국이 주중 베이징(北京)·선양(瀋陽)의 한국영사관에서 3년 가까이 출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탈북자 11명을 서해상에서 한국 해경 살해 혐의로 체포된 자국 선원과 맞교환하자고 제안해 왔다고 한다. 이들 탈북자 가운데는 국군 포로 가족 5명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월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행을 요청했던 탈북자들이다. 당시 중국 당국은 이들 가운데 국군 포로 가족을 우선 출국시키기로 하고 심사까지 하다 최근 중단했다고 한다. 중국이 최근 30여 명의 탈북자를 체포해 북송하려는 미묘한 시점에 나온 소식이다.

 공무수행 중이던 한국 해경 대원 살해에 가담한 중국 선원들을 난민인 탈북자들을 출국시켜주는 조건으로 풀어주는 일은 국내법으로는 물론 국제법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도주의적 원칙을 외면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야 할 행동이다. 한국에서 구속된 자국민의 영사 보호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중국 당국이 탈북자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 탈북자는 난민협약에 근거한 난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탈북자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정치적 문제로 국경을 넘은 사람으로, 강제로 돌려보낼 경우 처벌이나 박해를 받을 게 확실하다. 난민 요건에 부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난민협약 가입국인 중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보호하고 본인이 원할 경우 제3국행을 주선해줘야 마땅하다. 미국·영국 등 서구 국가에서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여 정착시키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자국 내 한국 공관에 몸을 의탁한 탈북자들의 출국을 장기간 봉쇄하는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자칫 보편적 가치에 눈감는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얻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국군 포로 가족을 비롯한 탈북자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 대국의 면모를 보여줄 때 중국은 비로소 존경받는 G2 국가로 떠오를 것이다. 탈북자에 대한 열린 자세는 경제력에 걸맞은 소프트파워 강국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중국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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