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 총리 회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한국 언론 최초이자 외국 언론사와 네번째인 중국 주룽지(朱鎔基)총리의 중앙일보 단독 회견은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첫 방한을 앞둔 朱총리는 홍석현 회장과의 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한국 국민에게 자신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수차례 당부,한국을 깎듯이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金대통령을 자신의 ‘오랜 친구(老朋友)’라고 부르며 “그분이 나보다 나이뿐 아니라 경험도 많아 이번 방한때 많이 배워야 한다.한국의 금융위기 극복 현장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朱총리는 회견 도중 준비한 답변 자료를 보지 않은채 거침없이 대답했으며 경제 수치 등도 정확하게 인용했다.

마늘분쟁 등 한·중 무역마찰 문제와 달라이 라마 방한 움직임,중국의 WTO 규정 준수 여부 등 민감한 질문에 朱총리는 때로 직선적으로,때론 우회적으로 응수하며 노련한 정치인의 풍모를 보여줬다.

○…회견에서 朱총리는 유머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그는 사진기자와 TV 카메라 취재팀이 들어서자 “옆 모습보다 앞 모습이 화면에 더 잘 받는다”며 이왕이면 앞에서 촬영하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洪회장이 중국에 유행하는 한국 드라마·유행가 등 한류(韓流·한국바람)를 언급하자 한류(寒流·찬바람)와 혼동할 수 있는 한류 대신 한러(韓熱·한국열기)라 부르자고 말해 또 한번 폭소가 터져 나왔다.

○…朱총리는 그러나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린듯 다소 착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힘 있는 어투로 "하늘이 큰 일을 맡기려면 그 사람에게 먼저 시련을 안겨 의지를 굳게 한다" 는 맹자(孟子)의 말을 인용, 회견장이 한때 숙연해지기도 했다.

○…1998년 3월 총리 취임 이후 朱총리는 지금까지 미 월스트리트저널.CNN, 캐나다의 더 글로브 앤드 메일 등 단 3개사와만 회견했다. 모두 99년 4월의 일로 미국과 캐나다 순방에 맞춰 이뤄졌다.

그는 이후 영국.프랑스.러시아 등 15개국을 방문했지만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외국 언론과의 회견을 사양해왔다. 현재 전세계 70여개 언론사가 단독 회견을 신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견 장소인 중난하이(中南海)는 중국 지도자들이 생활하고 근무하는 관저 겸 집무실이다.
천안문(天安門)광장 북서쪽, 자금성(紫禁城) 서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중국 최고지도부' 를 상징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세 호수와 공원이 들어서 있으며 중하이(中海)와 난하이(南海)의 두 인공호수에서 이름을 따왔다.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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