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감사원 발표 해명 급급한 마사회

중앙일보

입력

"제 연봉이 6천4백만원입니다."

지난 5일 서생현 한국마사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갑자기 연봉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지난달 감사원의 마사회 감사 결과 중 '마사회 운전 기사 연봉이 6천1백만원' 을 해명하려는 취지였다.

마사회 운전기사가 고액 연봉자라는 감사원의 발표가 나오자 일반 월급쟁이들의 어깨는 한층 더 축 처졌었다. 따가운 여론의 눈총이 뒤따랐다.

서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마사회 한 임원의 승용차를 운전하는 이 기사의 연봉은 4천9백여만원.

여기에 20년 근속에 따른 보너스로 3백20여만원을 받았고 휴일 근무와 시간외 업무로 7백60여만원의 수당이 추가된 데다 마사회에서 전세자금 2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데 따른 상대적인 이익 70여만원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서회장은 "문제의 운전기사가 지난해에만 수입이 많았던 것이지 매년 고수입을 올린 것은 아니었다" 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데 마사회만 집중적으로 부각돼 곤혹스럽다" 고 말했다.

그는 또 "마사회가 1998년부터 인력을 23% 감축하고 경상경비를 30.8%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에 최선을 다했는데 언론에 부각된 부분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해명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일반기업에서 20년 이상 일한 근로자들이 느끼는 '6천1백만원' 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서회장은 차량 운전 및 시설관리에 종사하는 42%의 기능직을 아웃소싱(외부위탁) 형태로 전환하라는 감사원의 권고사항을 이행했는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전문기관에 조직 운영 방안을 의뢰했다" 는 간단한 대답으로 대신했다.

공기업이 구조조정 '무풍지대' 였다는 의구심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감사원의 발표 내용은 이에 대한 확인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임에도 서회장은 오히려 "우리도 할 만큼 했다" 는 변명만 강조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간담회는 궁금증만 더해줬다. 그것은 '마사회가 진정 바뀌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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