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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꼬챙이로 엔진오일 점검, 이건 아니다 싶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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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휴먼테크 논문 대상’ 시상식에서 상장을 전달하고 있다.
정다연

“자동차 엔진오일을 교환하러 가면 쇠꼬챙이로 찍어서 색깔을 보고 판단하잖아요. 좀 더 정확하게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알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제18회 휴먼테크 논문대상 시상식에서 금상을 받은 광주과학고 2학년 정다연(19)양의 연구 동기다. 금상을 받은 9편의 논문 저자 가운데 유일한 고교생이자 여성이다. 논문 제목은 ‘자동차 주행거리에 따른 엔진오일의 열화에 관한 연구’다. 부모님의 자동차에서 주행거리 1000㎞마다 뽑아낸 엔진오일 샘플에 자외선을 쪼여 흡광도를 측정해서 최적의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정양은 “환경에 관심이 많다”며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체계화하면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 환경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화학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에 한 걸음 다가선 것 같아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휴먼테크 논문대상은 1994년 과학기술 발전의 주역이 될 새싹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삼성전자가 주최하고 교육과학기술부·중앙일보가 공동 후원한다. 18년간 휴먼테크 논문대상은 논문 15만 편과 수상자 2000명을 배출했다. 정양 같은 ‘새싹’이 과학계와 산업계의 주축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KAIST 3학년이던 95년 제2회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금상을 받았다. 그해 금상 수상자 7명 중 윤 부사장이 유일한 학부생이었고, 6명은 모두 박사 과정 재학생이었다. 윤 부사장 외에도 은도영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 김덕호 워싱턴대 교수, 이수인 워싱턴대 교수 등이 휴먼테크 논문 대상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상자 가운데 500명은 삼성전자에 입사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물체 인식에 관한 연구로 올해 금상을 받은 서울대 박사 과정 조민수(34)씨도 해외로 연구 무대를 넓히게 됐다. 이달 말 박사 학위를 받는 그는 5월부터 프랑스 국립컴퓨터연구소(INRIA)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조씨를 비롯해 금상 9편, 은상 30편 등 모두 98편의 논문이 상을 받았다.

KAIST 전기전자공학과는 논문을 가장 많이 제출하고, 가장 많이 수상한 학과로 선정돼 학교 단위로 주는 특별상을 받았다. 고교 부문에서는 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최다 논문 수상 학교로, 서울과학고·한성과학고·세종과학고는 최다 논문 제출 학교로 특별상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대학과 고교 106개교에서 1462편의 논문을 응모했다.

 이날 행사에는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등이 참석해 축사와 시상을 했다. 최 부회장은 “젊은 과학도의 탐구정신과 노력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라며 “그 꿈과 도전이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희망의 과학기술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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