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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ace ⑮ 정동 ‘르 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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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히는 정동길. 오전 8시 출근길에 이곳을 걷다 보면 구수한 빵 냄새가 풍겨온다. 침샘을 자극하는 향을 쫓아 가니 저만치 아담한 붉은색 벽돌 건물이 보인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샌드위치 카페 ‘르 풀’이다.

 ‘르 풀’은 신사동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꽃 & 케이크 카페 ‘블룸 앤 구떼’의 세컨드 브랜드(Second Brand)다. 한때 청담동 한 건물에 나란히 이웃했던 꽃집 ‘블룸’과 케이크스튜디오 ‘구떼’는 2004년 신사동으로 이사하면서 가게를 합쳤다. 당시만 해도 가로수길은 갤러리만 빼곡한 한적한 거리였다. 한때 같은 출판사 선후배 사이였던 영국 유학파 플로리스트 이진숙(49)씨와 프랑스 조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출신의 조정희(51)씨가 힘을 합쳐 가로수길에 새로운 카페 문화를 만들어냈다.

 8년간 꾸준히 사랑받았던 ‘블룸 앤 구떼’는 지난해 10월 돌연 휴업에 들어갔다. 건물 임대 재계약이 무산되어서다. 가로수길 부흥을 이끈 '블룸 앤 구떼'의 가게 터에는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게 됐다. 휴업을 결정한 뒤 두 사람은 오랫동안 구상해온 또 다른 카페 브랜드를 내놓았다. 예전의 가로수길처럼 예쁘고 고즈넉한 정동길에서 ‘르 풀’은 그렇게 둥지를 틀었다.

 식물을 뜻하는 우리말 ‘풀’에 프랑스어 정관사 ‘르(Le)’를 붙인 독특한 이름의 ‘르 풀’은 오직 유기농 식재료만 고집한다. 샌드위치와 샐러드에 들어가는 리코타 치즈도 직접 만든다. 입구에 과일·채소를 담아둔 나무상자부터 시골 농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내에 장식된 꽃과 화분도 싱그러움을 더한다.

 사무실이 많은 위치 특성상 점심시간 식사대용이 될 만한 샌드위치가 많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쫄깃한 치아바타 빵에 매콤달콤하게 양념한 불고기를 넉넉히 채운 ‘불고기 샌드위치’(사진)다. 이탈리아 고추양념을 가미해 끝맛이 칼칼하다. 프랑스 가정식 ‘키쉬’도 부드러운 식감으로 즐겨 찾는다. 파이 껍질에 느타리버섯·베이컨·감자·양파를 다져 넣고 달걀과 크림을 얹어 오븐에 구웠다.

 ‘블룸 앤 구떼’ 간판 메뉴였던 당근케이크와 스트로베리치즈케이크는 멀리서도 사러 올 만큼 여전히 인기다.

나원정 기자

●르 풀

평일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9시 닫는다. 주말은 오전 10시 느지막이 개점한다. 불고기 샌드위치 7800원, 드라이드 토마토 & 리코타 치즈 파니니 8300원, 키쉬 7000원, 시즌 샐러드 8000원, 당근케이크 6500원, 카푸치노 4500원. 오후 2시까지 샌드위치·샐러드·파니니·키쉬를 주문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 무료다. 서울 중구 정동 정동길 33. 02-378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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