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TA 폐기→ 재재협상 … 일주일 만에 톤 낮춘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16일 마석모란공원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49재에서 손학규 전 대표(오른쪽)와 김 고문 부인 인재근씨(오른쪽에서 셋째)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연합뉴스]

4·11 총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수(攻守)가 바뀌는 양상이다. 민주통합당 등이 8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집권 후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할 땐 야권의 공세가 절정으로 치닫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FTA 폐기론을 앞세운 민주통합당의 공세는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데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하게 맞받아치면서 갈수록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16일에는 권영세 사무총장이 민주당의 FTA 폐기론을 ‘반미(反美)’와 연결시켜 공격했다. 권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했던 한명숙 대표 등이 이제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한·미 FTA만 문제를 삼는데, 왜 한·유럽연합(EU) FTA는 문제 삼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대형 유통업체의 문제 등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도 있는 것인데 한·미 FTA만 문제 삼는 것은 서민의 이익이나 국가 이익을 생각한 게 아니라 이념적 주장, 즉 일종의 반미주의에 기초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13일 전국 성인남녀 3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한·미 FTA가 야당 요구대로 폐기되면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0.5%가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답했고,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답변은 33.2%로 나타났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8일 주한 미국대사관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앞으로 ‘재협상 및 집권 후 FTA 폐기’ 주장을 담은 서한을 전달한 이후 공식적으론 한·미 FTA를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15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의 회견문에도 한·미 FTA는 빠져 있었고,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고서야 “서민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FTA를 두둔하는 세력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밀하고 정밀하게 전면 재재협상을 하는 게 우선”이라며 ‘폐기’보다는 ‘재재협상’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16일 고위 정책위회의에서 “재재협상을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FTA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재재협상’을 재차 강조했다.

 당초 민주당은 ‘FTA 찬성·반대’ 구도를 만들어 총선을 치르는 게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집권하면 폐기”라는 문구를 서한에 명시하면서, FTA를 둘러싼 논쟁이 ‘폐기 논란’으로 전환됐다. 구호로 외친 게 아니라 문서에 명기한 것이기에 공세의 수위 조절 여지를 스스로 줄여놓은 셈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후진(後進)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집권하면…, 이런 전제가 겸손하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당의 입장에선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수단체 낙선 운동=보수 성향의 정치단체인 ‘정치혁신과 사회통합을 위한 청년정치단체 노타이(NO~Ties) 준비위원회’는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한 야권 정치인들을 상대로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통합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정부의 FTA와 이명박 정부의 FTA는 99%가 동일한 내용이다.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은 당파 이익을 위해 국익을 차버린 것”이라며 이같이 선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