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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시드니 문화축제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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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에 앞서 8월 18일 시작한 올해 행사는 화려했다. 오페라.연극 등 정식 공연만 53건, 미술전시도 50회에 달했다.

호주는 물론 지구촌 전역의 음악가.화가 3천여명이 시드니를 예술의 향기로 뒤덮었다.

세계적인 발레 스타인 실비에 길렘, 무용극의 영역을 확장한 안무가 피나 바우시, 그리고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시드니 무대를 장식했다.

호주올림픽위원회(SOCOG)는 개막식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것처럼 각종 문화 프로그램 가운데 호주 원주민(애버리진) 예술을 다수 포함시키는 등 원주민과의 화해도 적극 시도했다.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움직임도 활발했다.

조선시대를 총체적으로 조명한 '조선시대 명품전' 이 내년 1월까지 파워하우스 뮤지엄에서 계속되며,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조수미는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세차례 순회 공연했다.

예술의 열기는 거리에서 더욱 뜨겁게 발산됐다. 공식 문화행사 말고도 각종 야외 라이브 공연이 올림픽 내내 밤낮없이 펼쳐졌다. 조금만 발품을 팔으면 호주의 전통음악.대중가요.서커스 등을 무료로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드니 올림픽의 문화축제는 '절반의 성공' 으로 평가된다. 역대 올림픽과 비슷하게 예술은 스포츠의 들러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예술과 스포츠의 조화' 라는 올림픽 정신이 구두선에 그친 느낌이다.

일단 예산부터 대폭 삭감됐다. 1993년 올림픽 개최권을 딸 당시 시드니가 제시한 문화예산은 5천만호주달러(약 3백10억원). 그러나 실제로 집행된 돈은 2천만호주달러(약 1백24억원)에도 못미친다. SOCOG의 경비절감 1순위는 항상 예술이 차지했다.

개별 문화행사의 자체 스폰서 확보를 금지한 IOC의 조항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스포츠 스타는 기업들의 천문학적 후원금에 득의만만한 반면 정작 돈이 필요한 문화행사는 여전히 경비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다.

뉴사우스웨일즈대 올림픽연구소의 드보러 굿 교수는 "IOC는 올림픽 개최지가 문화 예산을 줄이지 못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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