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마라톤 참패, 코치들 오판 탓

중앙일보

입력

`도대체 뭐했나.'

3회 연속 메달을 장담하던 한국마라톤이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올시즌 세계 3위 기록 보유자 이봉주(삼성전자)는 18㎞ 지점에서 뒤처졌고 노장 백승도(한전)와 신예 정남균(한체대)도 20㎞부터 지친 기색을 보이며 후위그룹으로 밀려났다.

예기치 못한 한국의 참패는 마라톤 지도자들의 오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최경열(한전), 오인환(삼성), 김복주(한체대) 코치는 올 여름 코스사전답사를 한 뒤 "시드니는 마라톤이 아닌 크로스컨트리 코스라서 스피드가 아닌 체력에서 메달색깔이 갈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사전점검반은 시드니코스가 80m를 넘는 심한 표고차에 크고 작은 언덕이 27개나 되고 레이스 당일 기온이 20도를 크게 웃돌아 체력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근거로 코치들은 "우승기록은 2시간13∼14분대에서 나올 것"이라며 "이러한 코스여건은 스피드가 뛰어난 아프리카 선수들보다 지구력이 강한 우리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위원회 또한 보고서에 대한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코치들의 의견에 따라 전지훈련의 초점을 지구력 강화에 맞추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육상연맹과 코치들의 예상은 지난 24일 여자마라톤을 통해 완전히 빗나갔다.

올림픽 사상 최악이라는 난코스에서 우승자 다카하시 나오코(일본) 등 메달리스트 모두 올림픽신기록을 세운 때문.

더구나 개막에 맞춰 시드니에 온 국내 마라톤 관계자들의 분석 결과 당초 80m로 보고됐던 표고차는 출발 지점 코스의 내리막에서만 해당될 뿐 대부분 20∼25m에 불과해 코스가 알려진 것과 달리 어렵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드니의 굴욕은 결국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한 한국육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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