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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으로 Step UP ③ 경인정밀기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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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경인정밀기계 김선경 대표(오른쪽)가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내에 있는 공장에서 직원과 함께 철강기계용 감속기를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초지동 산업단지(반월공단)에 위치한 경인정밀기계. 대지 1만600여㎡(약 3200평), 건물 9300여㎡(약 2800평) 규모로 주변 다른 업체들보다 크고 깨끗했다. 지난해 4월 마무리된 공장 이전에 큰 투자를 한 덕이다. 2층에 위치한 김선경(62) 대표 사무실 역시 넓었지만 실내온도는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낮았다. 45년 전 창업해 사업을 일군 김 대표의 검소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경인정밀기계는 기어감속기와 초정밀 기어 등을 주로 생산한다. 국내 유수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1995년부턴 해외시장을 공략해 일본과 독일에도 수출을 해왔다.

 “비슷한 시기 생겨난 회사들의 90%가량은 문을 닫았지만 기계가 너무 좋았던 저는 일도 재밌고 운도 따라줘 지금까지 오게 됐죠.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앞으로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어요. 미래에 대한 투자를 통해 끝까지 갈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주로 관련 업체로부터 주문받아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일해 오던 경인정밀기계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슬럼프를 겪게 됐다. 기계라면 우리보다 한참 앞서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 업체 등에서 물건을 사갔지만 꾸준할 수는 없었다. 주문이 있을 때는 밤샘 작업, 주문이 끊어지면 공장을 놀리는 일이 이어지기도 했다. 고속철도 같은 관급 사업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꽤 많은 수주를 했지만 이 역시 고정적인 납품처는 아니었다. 게다가 부천 공장이 오래되다 보니 공장에 들른 해외 고객들 사이에 “제품은 좋은데 시설은 영…”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회사가 정체기에 빠져 있던 2006년 3월 김 대표는 전경련의 경영자문단 신용하 위원을 만나게 됐다. 신 위원은 “김 대표 스스로가 오래된 엔지니어이고 다른 숙련된 기술자도 많아 제품력 하나는 확실했지만 OEM에 의존하는 생산방식과 포스코와 같은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일감을 받지 못하는 시스템이 업체의 위기를 불러온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제조라인의 다변화를 통해 주문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들고 공장도 이전하라”고 조언했다. 신 위원의 자문 이후 2008년과 2009년 매출액은 껑충 뛰었다. 연평균 매출 25%, 순이익은 연평균 506%까지 상승했다. 100% 주문형 감속기 판매에서 시장형 감속기로 이원화하고 일본 퇴역 기술자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점이 주효했다. 2010년 7월 이탈리아 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한 것은 수출 증대로 이어졌다.

 2010년엔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다. 그해 중순부터 공장 이전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봄 모든 이전 작업이 완료된 뒤 작업환경이 안정되면서 공장엔 활력이 넘치게 됐다. 김 대표는 “지금도 20년 넘게 일하거나 예순이 넘은 기술자가 많다”며 “기술자들에게 정년이 없다고 한다. 모두 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하 위원은 “경인정밀기계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며 “포스코 같은 대기업의 등록업체가 돼 고정적으로 납품을 한다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에게 올해 전망을 물었다. “고정적인 납품처만 어느 정도 확보한다면 매출 200억원 달성은 가능할 것 같다.” 안경 너머 그의 작은 눈이 반짝였다. 

OEM  자기상표가 아니라 주문자가 요구하는 상표명으로 부품이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경우 국내 업체가 생산했으면서도 외국 유명상표를 달고 외국에 팔리는 OEM 비중이 높다. 그러나 이는 상품값을 제대로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문자, 즉 상표권자의 하청생산기지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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