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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06> 변액보험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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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국내에 ‘변액보험’이 팔리기 시작한 지 이제 막 10년이 넘었습니다. 2001년 처음 시장에 등장해 주식이 한창 오를 땐 한 해 25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였죠. 최근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조금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변액’ 이름을 단 보험상품이 5개에 한 개꼴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높은 만큼 말썽도 많습니다. 설명이 불충분했거나 불리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 불완전 판매 민원이 전체 생명보험의 절반이나 됩니다. ‘미리미리 따져보고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변액보험을 꼼꼼히 짚어봤습니다.

김혜미 기자

가입 초기 해약하면 손해 … 장기투자 땐 복리·비과세

[일러스트=강일구]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모아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올린 수익을 나눠주는 보험이다. 간단하게 ‘변액=투자를 통한 ±α’라고 생각하면 된다. 투자를 해 수익을 내야 하니 그만큼 일반보험에 비해 보험료도 비싸다. 보험사의 운용실적이 좋을 땐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나 해약했을 때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올라가지만 반대의 경우엔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얼핏 일반 펀드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펀드는 금액 대부분을 투자하는 데다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반면, 변액보험은 보험료에서 위험보장이나 사업비 등을 제외한 금액을 적립하기 때문에 가입 초기에 해약하면 수익률과 관계없이 손해를 볼 수 있다. 2% 안팎의 보수·수수료를 떼고 전부를 투자하는 펀드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장점도 있다. 장기 투자하면 복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까지 있다. 상품에 따라 여러 개의 펀드로 이뤄져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해약하지 않고도 펀드를 갈아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또 펀드는 기업 주식에 직접 투자하지만, 변액보험은 다른 펀드에 간접투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다.

20~30대엔 ‘유니버설’ 50대엔 ‘종신’ 추천

변액보험에는 연금보험에 투자 기능이 추가된 변액연금보험, 종신보험에 변액의 기능을 더한 변액종신보험, 변액보험에 은행의 입출금 성격을 가미한 변액유니버설보험이 있다. 변액연금보험과 나머지 변액보험의 가장 큰 차이는 ‘원금 보장’이다. 변액연금보험은 원금의 100%, 최근에는 110~130%까지 보장하는 상품까지 있다.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상품 중 투자 원금을 보장해 주는 건 국내 변액연금보험이 거의 유일하다. 변액보험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이유다.

  변액종신보험은 변액보험 중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종신보험이면서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사망보험금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성격이 비슷한 변액유니버설보험이 등장하면서 인기가 뚝 떨어졌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변액보험의 장점인 ‘실적배당’에 입출금의 자유를 더한 상품이다. 일반 보험상품은 보험기간 중에 급히 자금이 필요할 경우 보험계약 대출을 받거나, 일부 보험을 해지해야 했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이에 비해 중도인출이 훨씬 간편하다. 또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일정 기간 동안만 가입할 때 정한 기본보험료를 내면 그 이후부터는 납입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거나 추가로 보험료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험료를 내지 않을 때도 필요한 사업비가 계속 빠져나가기 때문에 만약 수익률이 낮은 상태에서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해약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는 보통 연령별로 적합한 변액보험이 따로 있다고 조언한다. 20~30대는 투자 성격이 강한 변액유니버설보험이 좋다. 30~40대는 은퇴 준비를 위해 변액연금보험을 많이 찾는다. 50대 전후라면 병에 걸리거나 사망했을 때를 대비한 변액종신보험을 선택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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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네덜란드서 고물가 대비해 첫 개발

다음 중 변액보험을 가장 먼저 판매한 국가는? ①영국 ②캐나다 ③미국 ④일본 ⑤한국 ⑥네덜란드. 정답은 ⑥네덜란드다. 1956년 네덜란드의 ‘바르다유’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자산운용 실적과 보험금을 연계한 ‘프랙션(Fraction)’ 보험을 선보였다. 네덜란드의 금융환경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은행·증권·보험업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개방적인 덕분이다. 이후 영국(1957년), 캐나다(1967년), 미국(1976년) 일본(1986년)이 차례로 변액보험을 받아들였고 국내에는 2001년이 돼서야 들어왔다.

  변액보험이 개발된 건 ‘인플레이션 압박’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물가는 계속 치솟았다. 보험사는 ‘20년 뒤의 물가’를 고려한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금융기관에 완전히 밀릴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동안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증권사에서는 금리 규제를 받지 않고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은행에서도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예금을 만들었다. 변액보험은 이에 맞선 보험사의 ‘도전장’인 셈이다.

  국내에는 2000년이 지나서야 변액보험 도입이 추진됐다. 2001년 4월에는 금융감독위원회(현재 금융위원회)가 보험업 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7월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했다. 초기엔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도 적었고, 상품 내용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아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5년 이후 주식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변액보험의 인기도 ‘껑충’ 뛰었다. 2003년 보험사의 전체 보험료 수익 중 1.5%에 불과하던 변액보험의 비중은 2008년 23.9%까지 확대됐다.

2008년 금융위기로 타격, 최저 보장금액 올려 변신

2008년. 변액보험에 ‘위기’가 찾아왔다. 인기가 날로 높아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자 변액보험의 인기도 휘청거렸다. 원금이 깨지는 상품에 배짱 좋게 가입할 고객이 많지 않았다. 그때부터 변액보험은 새로운 ‘옷’을 입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건 변액보험의 ‘스텝업’ 이다. 납입한 보험료를 굴려 올린 투자수익이 일정한 단계(스텝)를 넘으면 그 당시 적립금액을 보증하는 방식이다. 투자 수익률이 오를수록 계단식으로 적립금의 최저 보장금액이 130%, 150%, 200%로 계속 올라간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기존 변액보험보다 안정적인 대신 연 적립액의 일부를 보증수수료로 내야 한다. 최근 대세는 ‘어린이변액보험’이다. 15세 미만 자녀의 학자금·결혼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상품으로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변액보험, 필수 확인사항 4

변액보험이 판매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믿고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네 가지 오해만 풀어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확인하자.

변액보험은 적립식펀드와 같다?

보험은 보험일 뿐 오해하지 말자. 변액보험은 2% 안팎의 보수나 수수료를 떼고 전부를 투자하는 펀드와는 다르다. 매달 내는 보험료에서 위험보험료, 사업비를 빼고 나머지 돈만 특별계정(펀드계정)으로 옮겨 운용한다. 보통 보험은 사업비가 몰려 있는 7년이 지난 뒤 해약하면 원금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펀드평가액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초기에 떼이는 수수료는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통상 보험료의 5~10%, 변액유니버설의 경우 조금 더 높은 10~15% 가량이라는 데 주의해야 한다.

20년 후면 ‘자연스럽게’ 수익률 20~30%는 나온다?

변액보험에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수익률은 없다. 일부 변액보험 상품이 보험금 원금이나 최소 사망보험금을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상품을 판매할 때 중도에 해약하면 어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보여주는 예상수익률을 있는 대로 믿어선 안 된다. 원칙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인 만큼 미래 예상수익률은 누구도 알 수 없다.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반만 맞다. 원래는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다가 2010년 금융위원회가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포함시켰다. 하지만 변액보험에 가입한 뒤 낸 돈 전부를 보호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보험사가 투자 실적에 관계없이 지급하기로 한 보험금(확정보험금)만이다. 변액종신보험은 기본사망보험금, 변액연금보험은 최저연금적립금이 이에 해당한다.

변액보험은 중도에 해지해도 원금은 찾을 수 있다?

당연히 틀린 말이다. 보험은 납입 중간에 해지할 경우 손해를 본다는 사실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변액보험이라고 다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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