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위크]줄줄이 문 닫는 미국의 작은 대학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버몬트州에 있는 소규모 가톨릭계 여대(女大)
인 트리니티大 학생 매티 폰트코보는 학교를 선전하는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년간 그녀는 학년 대표, 기숙사의 하급생 상담역, 대학 방문객들을 위한 안내원 등 다방면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지난달 그녀는 캠퍼스를 이리저리 거닐어봤지만 방학을 마치고 복귀하는 학생들의 소란스런 분위기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그 대신 사무실들 밖에는 이삿짐용 박스들이 놓여 있고, 기숙사는 노숙자 보호소로 개조되고 있었다. 이번달 트리니티大는 개교 75년만에 문을 닫는다. 그리고 폰트코보는 다른 대학 3학년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경제 호황에 힘입어 올 가을 미국에서는 기록적인 1천5백10만 명의 학생들이 대학에 등록한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그런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크고 널리 알려진 대학교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규모가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대학들에는 힘든 시절이 된 것이다.

1백9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턴 북부의 브래드퍼드大는 심각한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5월 폐교했다.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던 트리니티大도 결국 지난 7월 학생들에게 폐교 방침을 알렸다.
2학년생 메건 아일랜드(19)
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절규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소규모 대학들이 재정난에 허덕인 것은 벌써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1986년 이후 52개 대학이 문을 닫았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대학일지라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교직원·건물·도서량 등이 있다.

그러나 학생 수가 1천 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 대학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많은 대학들은 수업료 수입을 축내면서까지 많은 액수의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요즘의 대학 신입생들은 대학의 이상적인 학생 정원(定員)
을 5천 명(5년 전에는 3천5백 명)
으로 보고 있다고 컨설턴트인 조지 덴은 말했다.

소규모 대학의 학장이었으나 지금은 종합대학교인 버지니아大 학장으로 재직 중인 데이비드 W. 브렌먼은 “규모가 큰 종합대학들은 큰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단과대학들의 경우는 보통의 고등학교들보다도 규모가 작은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런 대학들의 장래를 어둡게 본다. 단과대학인 윌리엄스大의 전문가 고든 윈스턴은 “재정이 약화돼 온 대학들은 폐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니티大는 이같은 대학 폐교 사태의 좋은 연구 사례다.

1925년 수녀 자선단체에 의해 설립된 이 대학은 ‘학습능력이 뒤늦게 개화하는’ 젊은 여성들을 자신감 넘치는 학생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왔다.

1970년대 모든 남성 전용 대학들이 남녀공학으로 바뀌면서 여자 대학들의 인기가 떨어지자 트리니티大는 성인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으로 대처했고, 나중에는 형법과 정신건강 같은 인기 과목들을 커리큘럼에 추가했다.

그러나 잠재적 입학생들은 트리니티大에 수영장, 인터넷 장비를 갖춘 기숙사, 혹은 체력단련장 등이 없는 것에 실망해 다른 대학으로 발길을 돌렸다.

90년대 말 등록 학생 수가 3백 명 수준으로 떨어지자 대학측은 1백만 달러를 들여 새 기숙사를 짓고 거액의 장학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지난해 새 학장으로 취임한 재클린 메리 키슬리치 수녀는 신입생 및 기부금 제공자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결국 지난 7월 포기하고 말았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트리니티大의 폐교는 다른 소규모 대학들의 생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트리니티大의 대다수 학생들이 다른 대학들로 편입하면서 그들 대학의 재정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클린 수녀는 “우리 학교에서 옮겨간 학생들 덕분에 그런 대학들이 올해와 내년까지는 재정 부담을 조금 덜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명이 다해가는 다른 대학들을 위해 기도나 올려야겠다. (Daniel McGinn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