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정상회담 개막…유가 구체방안 없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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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이틀간의 공식 정상회담을 열어 OPEC의 향후 위상과 전세계적인 유류파동에 따른 장기적인 유가 안정 대책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OPEC 창설 이후 두번째로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는 이란의 모하마드 하타미, 인도네시아 압두라만 와히드, 나이지리아 올루세군 오바산조, 알제리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 대통령은 신변 안전을 이유로 불참했다.

OPEC 정상들은 그간 유가를 배럴당 28달러 이하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나 이번 회담에서 국제유가를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OPEC 외무.재무.석유 장관 회담을 통해 마련된 OPEC 정상회담 폐막선언(카라카스 선언)에는 ▲시장안정 다짐 ▲회원국간 협력강화 및 회담 정례화 등 포괄적 내용과 함께 고유가의 근본원인은 석유 공급부족이 아닌 소비국들의 높은 석유소비세율 때문이라는 OPEC의 종전 입장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OPEC가 유가안정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증산 조치를 취한 OPEC 회원국들은 올들어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추가 증산에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은 내달부터 하루 1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이달초 이미 합의한 바있다.

그러나 소비국들의 석유소비세율 인하를 촉구해온 OPEC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선진8개국(G-7과 러시아), 유럽연합(EU) 등과 적극 대화에 나선다는 자세여서 추가증산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회동 연설을 통해 "G-8 회원국과 OPEC 회원국들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안정적이고 경쟁력있는 유가 조성을 위해 대화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OPEC는 동등한 자격으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산조 대통령도 "OPEC는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이 고유가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면서 특히 빈국(貧國)들의 부채 경감을 위해 OPEC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개막에 앞서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원유를 공급해왔다"면서 추가 증산의 어려움을 밝혔으며, 압달라 살렘엘 바드리 리비아 석유장관도 유가가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로 인해 22달러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감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릴와누 루크만 OPEC 사무총장도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OPEC 회원국에게 구체적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열린 긴급회담 성명을 통해 "산유국들이 원유생산을 중단하는 등의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만 비축유를 사용해야 한다"면서 비축유 방출은 `절대적으로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제유가는 26일 미국의 난방유 재고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32달러를 상회했으며 OPEC 회담 개막일 런던시장에서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이 전날의 배럴당 30.42달러에서 30.90달러로 다시 올랐다. (카라카스.런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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