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자오픈 2R서 6언더 선두로 치고 나선 유소연 …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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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여자오픈 2라운드 티오프에 앞서 입술을 굳게 머금은 유소연. [멜버른 AP=연합뉴스]

“웃는 모습이 여유를 부리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쳐졌다면 안타까워요. 웃음은 긴장할 때 나름대로 여유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행동이죠. 경기가 마음 먹은 대로 안 풀릴 때 선수는 정말 고통스럽죠. 가슴 아프군요.”

 올해 LPGA 루키 시즌을 맞은 유소연(22·한화)이 지난 5일 호주 골드코트스에서 끝난 RACV 호주여자마스터스 마지막 72번째 홀에서 뼈아픈 1타 차 역전패를 한 상황에 대해 털어놨다. 유소연은 10일 호주 멜버른의 로열 멜버른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 이틀째 경기에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6언더파로 단독선두에 올랐다.

 지난주 3타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공동 준우승(20언더파)에 그쳤지만 2주 연속 좋은 출발이다. 유소연과의 인터뷰는 카카오톡으로 이뤄졌다.

 -호주여자마스터스에서 무명 선수에게 역전패하는 장면을 본 일부 골프팬은 유 선수가 너무 느슨한 플레이를 했다는 지적을 하는데.

 “결벽증이 있어요. 항상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때는 경험이 적은 상대 선수에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더 억지 웃음을 지었던 것 같아요. 화가 났는데 성격상 화를 내지 못했어요.”

 -16번 홀(파3) 그린 프린지에서 홀까지 내리막 라인에서 너무 강하게 친 것 같은데.

 “그 홀에서 보기를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거예요. 라이를 잘못 읽었어요. 오르막이 꽤 있다고 생각했고 긴장한 나머지 강하게 맞았어요.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됐죠.”

 -골프에서 ‘만약(if)’은 있을 수 없지만 그날 딱 한 홀을 되돌릴 수 있다면.

 “13번 홀(파5) 9m 버디 퍼트죠. 홀로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돌아나왔어요. 몸의 기운이 쭉 빠지는 걸 느꼈어요.”

 -이번 대회에서 단독선두로 나섰고, 3라운드에서는 지난해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맞붙었던 서희경(26·하이트)과 동반 라운드 하는데.

 “지난주는 정말 이길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큰 흐름을 놓쳤죠. 이 대회에서는 플레이 할 홀에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한편 이날 서희경이 7타를 줄여 중간합계 5언더파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신지애(24·미래에셋)는 1타를 잃었지만 이븐파로 공동 11위다. 청야니(23·대만)는 3타를 잃어 신지애와 같은 순위로 밀렸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가 대회 3라운드는 낮 12시부터, 4라운드는 오후 1시부터 생중계한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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