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멘터리팀, 흰꼬리수리 국내 번식지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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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흰꼬리수리가 날아간다"

지난 3월 초순 남해안의 한 작은 무인도. MBC 자연다큐멘터리 제작팀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기어 올라갔다. 간간이 거센 해풍이 마치 제작팀을 절벽에서 떨어뜨리려는 듯 불어왔고, 절벽 아래에서는 거센 파도가 부서지고 있었다.

한참 절벽을 타고 올라간 제작팀이 멈춰 선 곳은 바닷바람에 허리가 휜 커다란 소나무 밑. "찾았다!" 9개월 가까운 탐사 끝에 제작팀이 이날 찾아낸 것은 천연기념물 제243호 '흰꼬리수리' 의 둥지. 둥지 안에는 회백색의 작은 알 3개가 들어 있었다.

지구상에 2천여 마리만 남아 세계적인 보호대상인 흰꼬리수리의 둥지를 발견한 것이다. 흰꼬리수리는 이 섬에 최소한 10년 전부터 둥지를 튼 것으로 추정됐다. 희귀 겨울 철새인 흰꼬리수리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다는 사실이 확인한 발견이었다.

"흰꼬리수리는 원래 몽골.시베리아 등에서 번식한 뒤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아오는 겨울 철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만주가 번식의 남방한계선으로 알려졌던 흰꼬리수리가 한반도에서 번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 (전연식 PD)

MBC 제작팀이 29일 밤 9시55분 방영하는 〈2000 MBC 자연다큐멘터리 - 제3편 흰꼬리수리의 비행〉 제작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여름. 다른 야생 조수를 촬영하기 위해 남해안을 돌던 염기원 카메라맨이 다 자란 흰꼬리수리를 발견하면서부터다.

겨울 철새로 알려져 있던 흰꼬리수리가 한여름에 발견됐다는 사실에 의아해한 제작팀은 한국교원대 김수일 (조류학) 교수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본격 추적에 나섰다.

어려움 끝에 지난 3월 흰꼬리수리의 둥지를 찾아내는데 성공했고 약 한달 뒤 3개의 알 가운데 2개가 부화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등, 4개월여 추가 관찰을 통해 흰꼬리수리의 한반도 서식 생태를 담은 자연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제작팀은 "흰꼬리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인 장소는 공개하지 않는다.

전PD는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보금자리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고,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거친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흰꼬리수리의 늠름한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며 "흰꼬리수리 번식지를 파괴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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