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디버스, 허들 징크스 재연

중앙일보

입력

게일 디버스(34.미국)가 올림픽 허들에서 또 메달 징크스에 걸려 좌절했다.

27일 오후 11만7천 관중이 들어찬 올림픽파크내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여자 100m 허들 준결승의 출발 총성이 터지자 쏜살같이 뛰쳐나간 디버스는 4번째 허들까지 가볍게 넘은 뒤 갑자기 속도를 늦추고는 멈춰섰다.

지난 달 베를린그랑프리에 입은 왼쪽 오금 부상이 우승 문턱에서 도졌기 때문. 허들 메달을 따기위해 은퇴도 미뤘던 디버스로서는 유일한 경쟁자였던 루드밀라 엔퀴스트(스웨덴)가 은퇴해 금메달을 떼어둔 상태였지만 결정적 순간에 맞은 불운으로 허무하게 생애 마지막 올림픽을 마감했다.

디버스는 4년전 애틀랜타에서 68년 와이오미아 티우스(미국)에 이어 올림픽 사상 두번째로 100m 2연패에 성공했던 90년대 여자단거리의 슈퍼스타. 갑상선 종양에 시달리면서도 10년 넘게 100m 허들에서 세계최강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올림픽 전리품'에 유독 허들만 빠져있을 만큼 장애물 경기와는 인연이 멀었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컨디션 난조로 5위에 그쳤고 96년엔 엔퀴스트에 금메달을 내주며 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선 금메달을 획득, 허들 통산 3관왕의 위업을 이뤘으나 엔퀴스트가 유방암 수술을 받아 훈련을 제대로 못한 터라 최후의 승자로는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디버스는 독실한 신앙인답게 "내가 오늘 멈춰선 것도 신의 뜻"이라고 말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트랙을 떠났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