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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버러 200원 인상 … 흡연자들 “가뜩이나 힘든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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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책임관리제를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담배회사의 담뱃값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담배가격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지자체 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부와의 관계를 신경 써야 하는 국내 업체는 담뱃값을 동결했다.

 미국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말버러·팔리아멘트·라크 가격을 10일부터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버지니아 슬림은 2800원에서 2900원으로 인상된다. 앞서 던힐·켄트를 판매하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와 마일드세븐을 공급하는 제이티인터내셔널코리아(JTI)도 지난해 상반기 주요 담배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이들 업체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많이 올라 이를 감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비판 여론이 그치지 않고 있다. 트위터에는 이날 필립모리스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수백 건 올라왔다.

 반면 국내 담배업체 KT&G는 담뱃값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외국 담배회사에 대한 비판 여론과 정부가 물가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아무래도 정부의 처지를 이해하는 편이지만 외국계 기업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물가정책에 공조하는 데도 국내외 업체 간의 인식 차가 뚜렷한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필립모리스가 가격을 인상하면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01%포인트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산 담배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 비중은 0.5%, 외산 담배는 0.35%다.

담배의 가중치는 481개 소비자물가 조사품목 가운데 20번째로 높고 저소득층의 구매 비율이 높아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노총 대전본부 이종호(54) 의장은 9일 담뱃값 인상 반대성명을 발표한 뒤 “서민 물가 부담만 가중시키는 행태를 모든 소비자가 힘을 합해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담배회사가 그동안 이익을 사회환원하는 데 인색했던 점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2008~2010년 2300억원의 순이익을 낸 필립모리스는 이익금의 96%를 현금배당을 통해 본국으로 보냈다. BAT도 매년 이익금 100%를 본국에 송금하고 있다.

반면 2010년 이들 회사의 기부금액은 BAT 3억1000만원, JTI 1억4000만원에 그쳤고 필립모리스의 기부금 지출은 전혀 없었다. 기부금액이 매출액 대비 평균 0.03%에 그친 것이다. 같은 해 KT&G의 기부금 지출은 293억원(매출액 대비 1.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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