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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농사 '기름값' 걱정 태산

중앙일보

입력

호접란을 키우는 황병구(黃柄九.47.울산시 북구 중산동)씨는 최근 2천만원을 들여 기름 보일러를 갈탄 보일러로 교체했다.

값이 껑충 뛴 유류로 난방을 하면 적자가 뻔해 매일 탄을 갈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보일러를 바꾼 것이다.

같은 동네의 김수선(金壽善.44)씨는 비닐하우스 1천3백평에 사용하는 기름 보일러를 갈탄 보일러로 바꿀 생각이었지만 당장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金씨는 우선 비닐하우스에 비닐 한겹을 덧씌워 난방 효과를 극대화, 연료비를 한푼이라도 아끼기로 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화훼.채소 재배 농가들의 올 겨울 난방 걱정이 태산같다.

꽃 생산비의 40%를 차지하는 기름값 부담을 덜지 못하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겨울 농사를 지을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원유값이 오르면서 경유(면세유)는 1드럼(2백ℓ)에 7만6천원으로 지난해 5만8천보다 30%이상 올랐다.

꽃재배 농민들은 "기름 값은 올랐는데 호접란 등 꽃값은 오히려 내려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 고 울상을 짓고 있다.

태화작목반 이종업(李鍾業.67.울산시 중구 태화동)씨는 지난해 나무 땔감을 쓰는 보일러를 자체 개발해 토마토를 재배했으나 땔감 구하기가 어려워 올 겨울 토마토 농사를 포기했다.

그는 토마토 대신 비닐을 세겹으로 만들어 저온식물인 딸기를 심을 계획이다. 깻잎.오이 등을 키우는 울산 삼산작목반은 지하수를 이용하거나 날씨가 추울 때만 비닐하우스안에 임시로 알코올을 피워 온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토성.사정리 일대 5천4백여평의 비닐 하우스에서 고추.오이를 재배해 온 신광시설원예 작목반은 난방비 때문에 올 겨울 열가구 중 세가구만 2천평에 오이를 재배하기로 했다.

3천4백평에 고추 재배를 해온 나머지 일곱 가구는 인상된 유류비 때문에 고추재배를 포기했다. 작목반 대표 김일현(金日炫)씨는 "현재의 기름 값에서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고추값이 10㎏당 7만~8만원 해야 하는데 현재 2만원밖에 안되는데다 기름값마저 다시 인상돼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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