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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은둔중인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의 작은 소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병(身病)
치료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칩거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현재 독일이 아닌 프랑스의 휴양 도시 니스에서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월간지 월간중앙 10월호(9월18일 발행)
에 의해 밝혀졌다.

김전회장의 건강 역시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양호한 상태로 보인다.

김전회장은 최소한 6개월 전부터 프랑스 니스의 파블롱 지역에 위치한 고급주택에서 머물고 있으며, 인근의 쇼핑센터와 골프장 등을 들른 그의 모습이 교민들에 의해 자주 목격됐다.

김전회장이 현재 머물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지 니스의 파블롱가(街)
에 위치한 한 고급주택. 이 주택이 있는 파블롱 지역은 니스 중심가로부터 서북쪽으로 약 5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른바 니스의 ‘베벌리 힐스’로 불릴만큼 최고급 주택들이 즐비한 동네다. 이곳은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탁월한 전망에다 니스 공항과 시내 중심가가 가까워, 프랑스 내 은퇴한 부호들과 각국의 명사들이 별장을 갖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김전회장이 머물고 있는 집은 파블롱가의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대지 면적 4백~5백평대의 3층짜리 주택. 울창한 야자수들로 둘러싸인 이 집 내부에는 10개 정도의 방이 있으며 20m 길이의 수영장도 딸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집의 시가는 대략 8백만~1천만 프랑(12억원~15억원)
에 달하는 고가저택.

김전회장은 인근에 위치한 대형 할인슈퍼점 까르푸에 들른 것이 두 차례 교민들에 의해 목격되었으며 지난 8월29일에는 니스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한 골프장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또한 김전회장의 3남 선용씨가 함께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른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 집에 대한 김전회장의 소유여부.

집의 등기부상 소유주는 이 지역의 부동산회사인 솔레이사(社)
. 하지만 이 회사는 자본금이 약 7백50만원(5만 프랑)
에 불과하다. 집에 매겨지는 1년간의 재산세는 약 7백만원(4만8천 프랑)
.

이를 종합해 볼 때 이 집은 김전회장이 실제 소유주일 가능성이 크며, 이를 숨기기 위해 회사를 급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솔레이사를 통해 이 집을 임대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집세는 최소한 3백만~5백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추정이다.

김전회장의 장기 외유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18일부터.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자동차 부품 공장 준공식에 참여하고 종적을 감춘 뒤 그는 해외에서의 잠행과 은둔 생활을 계속해 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해외 체류지는 미국과 베트남, 그리고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작년 말부터 올 2월 초까지 미국의 보스턴과 베트남을 오가며 심장병 치료를 겸한 휴양 생활을 지속해오던 그는 부인 정희자씨가 보스턴에서 허리 수술을 받은 직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의 한 농가에 정착해 요양중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또한 김전회장은 해외 체류 중에도 ‘일을 하고 싶다’는 의욕을 측근을 통해 거듭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의 재건 같은 그랜드 스케줄은 이미 물건너갔지만 자동차 사업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자그마한 택배사업이라도 하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했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다.

김전회장은 대우가 왕성할 때부터 “은퇴하면 다시 조그만 중소기업을 일구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왔다. 비록 ‘강제 은퇴’당했지만 그의 마지막 꿈은 이루어질까.

김승렬 기자<s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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