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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관전평] "변화무쌍한 수비· 투혼 빛나"

중앙일보

입력

이것이 한국 여자농구의 저력이다. 쿠바와의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눈물이 날 만큼 처절한 투혼을 발휘했다.

성인팀이 6개밖에 안되는 열악한 조건을 딛고 아시아 최강 중국과 일본을 물리치고 올림픽에 나선 여자 선수들은 1984년 LA 올림픽 준우승 당시 못지않은 짜임새와 아시아 최고 수준의 테크닉을 보여줬다.

지난 22일 러시아전에서 승리한 이후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것이 쿠바와의 경기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몸을 풀 때나 전반 시작 때부터 우리 선수들의 표정과 움직임에서는 "저 팀은 결코 질 팀이 아니다" 는 믿음직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한국 여자농구는 장신 포스트맨이 버티는 팀에 약점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 여름 리그에서 중국인 선수들을 영입해 경기하면서 장신 선수에 적응했다.

그리고 앞선 폴란드.러시아전에서 장신 선수를 상대하는 동안 나름대로 대처 능력을 갖춘 여자팀은 쿠바전에서 거의 공포감을 느끼지 않고 맞대결, 승리를 따냈다.

쿠바의 기둥 센터 야밀레트 마르티네스는 1m96㎝나 됐지만 정은순.정선민이 멋진 협력 수비로 견제해 14득점으로 막아냈다.

이런 수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정 더블 포스트는 각각 16득점을 올려 골밑 싸움에서 우세를 보였고 이것이 승인이 됐다.

후반에는 특히 수비가 빛났다. 하프라인에서부터 강력한 맨투맨 프레스를 걸고 곧바로 2 - 3 지역방어를 펼쳐 쿠바의 공격을 교란했다.

맨투맨에만 익숙한 쿠바 선수들은 한국의 변화무쌍하고 스피디한 수비에 실책 12개를 기록할 만큼 속수무책이었다.

이같은 수비의 성공은 한국 여자 프로리그가 3쿼터에 제한적으로 지역수비를 허용해 선수들이 익숙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역수비의 센스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감독의 특별한 지시가 없어도 주어진 수비 옵션대로 물샐 틈없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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