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흠 있는 물건도 손익 따져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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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창우(35)씨는 법원 경매 입찰에 여러 차례 참여했지만 번번이 미끄러졌다. 괜찮다 싶은 물건은 경쟁이 치열해 낙찰하기가 어려웠고 값싼 물건은 흠이 많았다.

나름대로 경매경험을 익히면서 입찰에 참여하기 1년 남짓. 마침내 기회가 왔다.

대상물건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현대아파트 32평형. 전철 단대역 앞이고 로열층인데도 최저 입찰가는 3천9백40만원에 불과했다.

최초 감정가는 1억2천만원이었으나 다섯차례 유찰돼 값이 3분의 1 이하로 주저앉아 있었다.

주변시세가 1억3천5백만원 선이어서 낙찰자로 결정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흠 있는 물건이었다. 보증금 7천만원짜리 선순위 임차인이 있었던 것. 그러나 조사결과 세입자는 구린 데가 있었다.

집주인의 친동생으로 함께 살고 있었고, 대출 은행에서는 자체 감정서에 세입자가 없다고 써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세입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전셋돈과 최저 입찰가를 합해보니 1억9백40만원이었다.

이씨는 명도소송까지 갈 각오를 했다. 소송에서 져 전셋돈을 물어준다 해도 시세보다 낮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4천2백만원을 써내 2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낙찰했다.

이씨는 낙찰 후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조정신청을 요구했다. 결국 세입자가 5천만원을 받고 집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시세보다 4천만원 싼 9천2백만원에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씨는 위험요인을 철저한 손익분석과 준비로 이겨낸 사례다. 대부분의 경매 물건에는 조금씩의 흠과 틈새가 있으므로 이를 잘 파악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은 위험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만 입찰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입찰에 앞서 세입자에 의한 항고.재항고까지 염두에 뒀다. 이 경우 6~8개월 후에 물건을 인수하게 되므로 손해다. 그 사이에 집주인이 은행에 빚을 갚으면 경매가 취하되기도 한다.

다행히 이씨는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했기 때문에 큰 탈 없이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었다.

*도움말 : ㈜닥터 옥션(02-58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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