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한국수영, `자신감' 소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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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할 수 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거둔 한국수영의 성과는 무엇보다 자신감이다. 비록 올림픽 사상 첫 결선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남자자유형의 김민석(동아대)과 여자평영의 구효진(구월여중)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 4년 후 아테네에서 신기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자유형 50m에서 작성한 김민석의 한국신기록은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육상 100m격인 자유형 50m는 `세계는 커녕 아시아도 안 돼'라는 패배주의가 팽배한 종목이지만 김민석은 16위에 0.02초 뒤진 22초82의 기록으로 준결승 문턱인 17위에 올라 가능성을 입증했다.

50m 17위는 이번 올림픽에서 아시아인이 거둔 최고의 성적. 여중생 구효진의 `기적'도 한국수영의 잠재력을 확인한 쾌거였다.

구효진은 대표팀내 최단신(158㎝)이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여자평영 200m에서 세계적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11위에 랭크됐다.

11위는 64년 도쿄대회에서 진장림, 배명식, 김봉조 등 5명의 한국선수가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구효진의 선전은 한국수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이웃 일본처럼 배영과 평영 등 세계와 기록차가 그나마 적은 종목을 특성화해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일본은 배영 등 일부 종목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98방콕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에도 중국을 꺾고 수영강국의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심홍택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결선진출보다 더 값진 소득"이라며 "80년대 말 일본처럼 10년 후를 내다보고 특정 종목을 집중 육성해 전체적인 기량 향상과 저변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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