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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안내실 개방해 러브호텔 바꿔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대전에 사는 신모(41·회사원)씨는 최근 업무 차 대구에 들러 중구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깨끗하고 세련된 건물 외관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객실은 딴판이었다. 방안은 퀴퀴한 냄새가 났다. 침대 시트는 갈지 않은 듯 구겨져 있었다. 옆방의 TV 소리도 그대로 들렸다. 난방 역시 제대로 되지 않아 추위에 떨어야 했다. 신씨는 “대구의 모텔을 생각하면 기분이 영 좋지 않다”며 “앞으론 가격이 비싸더라도 호텔에서 묵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가 모텔을 일반 호텔로 바꾸는 작업에 나선다. 신씨처럼 깨끗하고 저렴한 호텔을 찾는 사람을 위해서다. ‘러브호텔’, ‘대실 영업’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해 믿고 찾을 수 있는 숙박시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일반 호텔로 전환하려는 모텔 사업자를 29일까지 모집한다. 35실 이상의 모텔 12곳을 선정해 4월 말까지 일반 호텔로 바꿀 예정이다. 호텔 명칭을 쓰면서도 숙박료는 모텔과 동일하게 4만∼5만원을 받는다.

 선정된 모텔은 안내실을 뜯어고친다. 호텔 프런트처럼 개방된 곳에서 손님을 맞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다수 모텔은 손님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얼굴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1층 로비에 간이 의자 등을 갖춘 휴식공간과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설치한다. 계란·컵라면·식빵·주스·커피 등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시설이다. 복도 등 실내의 조명등도 밝은 것으로 교체하고, 손님 차량을 볼 수 없도록 주차장에 설치한 가림막도 철거한다. 시는 선정 업소에 시설개선비로 500만원씩을 지원한다. 또 낮은 이자의 중소기업경영안정자금을 빌려 주고 상·하수도 요금의 20%를 지원할 예정이다. 시의 행사 때 손님을 알선하고 인터넷과 각종 관광안내책자를 통해 홍보도 한다.

 대구시 이규남 공중위생담당은 “안내실을 개선하는 등 러브호텔 분위기를 없애고 아침 식사를 제공하면 국내외 관광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박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원금이 너무 적어 간판을 바꿔 달기에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대상 업소가 너무 적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구의 모텔은 1055곳(2만2800실)이다. 숙박업계는 숙박업육성자금을 조성해 많은 업소가 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이재영(67) 대구지회장은 “호텔 전환을 희망하는 업소는 시설이 좋고 손님도 많은 곳”이라며 “잘 되는 곳보다 안 되는 업소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텔과 호텔=옛 공중위생법은 숙박업의 종류를 호텔·여관·여인숙으로 구분했지만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에는 시설 기준이 없다. 모텔은 숙박업계에서 임의로 사용하는 명칭이다. 숙박업소는 호텔·모텔 등의 이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그러나 ‘관광호텔’ 은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의 등급(특 1·2등급, 1·2·3등급) 심사를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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