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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어렵다는 승엽씨, 야구 부럽다는 남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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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해외 무대를 정리하고 나란히 고향 팀으로 복귀한 이승엽(왼쪽)과 김남일이 괌에서 만나 축구공과 야구공을 바꿔 들고 다정히 서있다. [괌=김민규 기자]

야구의 이승엽(36·삼성 라이온즈)과 축구의 김남일(35·인천 유나이티드)이 만났다.

 본지는 5일 괌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두 선수의 만남을 주선했다. 둘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5일 낮 훈련을 마치고 숙소인 레오팔레스 호텔로 들어온 두 선수는 서로 예의를 갖추며 악수했다. 이승엽은 2004년 지바 롯데로 이적한 이후 8년 만에 고향 팀으로 돌아왔다. 그는 김남일에게 “일본에 가기 전에 (수원) 삼성에서 뛰셨죠. 그런데 왜 (삼성으로) 안 돌아오셨어요”라고 물었다. 김남일은 살짝 당황하더니 “여러 사정이 있었습니다. 고향 팀에 허정무 감독님도 계시고, 인천에서 뛰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30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승엽이 겸손하고 차분했다면, 김남일은 솔직하고 거침없었다.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각자의 성격 그대로 꾸밈없이 서로를 대했다.

 이승엽은 “김남일 선수를 처음 본 것은 2002 월드컵 미국전 때였어요. 그날 경기장에 직접 가서 응원했죠. 김 선수는 정말 진공청소기 같았어요”라며 웃었다. 김남일은 쑥스러워하며 “에이 제가 뭘요. 저는 솔직히 야구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삼성 시절 활약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봤습니다”라며 반가워했다.

 이승엽과 김남일은 둘 다 일본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뒤 2007년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이승엽은 “부상도 부상이지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일본 생활을 떠올렸다.

 인천 부평고를 나온 김남일은 2007년 말 빗셀 고베로 이적하며 일본 무대에 몸담았다. 일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에는 뽑히지 못했다. 김남일은 “일본에서 1년 동안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2009년에는 러시아의 톰 톰스크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4년 넘게 아내와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살았다. 힘들었다”는 그는 “부모님이 ‘이제는 함께 살자’고 할 때 찡했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축구는 경기장에서 뛰는 것을 보면 정말 힘들어 보여요. 그래서 다음 날 경기를 못 하잖아요”라며 “나는 축구는 재능이 없어요. 아들이랑 축구를 해도 10분만 뛰면 힘들죠”라고 했다. 그러자 김남일은 “저는 축구가 가장 편하던데요”라며 “축구는 야구처럼 훈련을 길게 하진 않아요. 경기만 체력적으로 힘든 것일 뿐이죠”라고 했다. 이어 “제 아들이 운동한다면 야구를 시키고 싶어요. 야구는 인기도 많고, 돈도 많이 버니까요”라며 웃었다. 이승엽은 고개를 흔들며 “제 아들은 힘든 운동은 시키지 않고 공부를 시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야구는 국내에서 인기가 많잖아요. 부럽습니다.” 김남일은 솔직하게 야구의 인기를 부러워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680만 관중을 모았다. 프로축구도 3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야구의 인기에 못 미쳤다. 김남일은 “선수들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을 잘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승엽도 “관중을 의식하진 않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경기장에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제가 잘하면 관중도 저를 보러 오겠죠”라고 말했다.

 박찬호(한화), 김병현(넥센) 등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과의 맞대결에 대해 묻자, 이승엽은 “야구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개개인의 맞대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라며 팀 승리가 먼저라고 했다. 반면에 김남일은 스타 후배들과의 맞대결을 솔직히 기대한다고 털어놨다.

 두 선수는 “다음에 또 만납시다. 건강하세요”라며 후일을 기약했다.

괌=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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