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적자금 왜 또 조성했나]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22일 추가 공적자금 40조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했던 규모가 10조~20조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조성 규모가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 5월만 해도 추가조성은 없다는 입장이었던 정부로선 입장을 번복하는 부담을 감수하며 '충분한 규모를 신속하게 조성하라' 는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는 자금을 충분히 조성하는 대신 투입과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동의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날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은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국회 동의와 채권발행 등 실제 투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이것이 해결돼야 시장도 반응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왜 추가로 조성하나〓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백10조원에 가까운 돈을 은행 및 종금사 등에 투입했지만 생각한 만큼 부실을 털어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5월에 정부가 향후 필요한 공적자금은 30조원이고 이중 20조원은 예금보험공사가 회수한 자금을 사용하고 나머지 10조원은 내년에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은 금융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됐다며 주가가 폭락하고 제2위기설까지 도는 상황이 돼버렸다.

정부는 4개월 만에 50조원이 필요하고 이중 10조원만 예보가 회수한 자금을 사용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신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 도입으로 금융기관들이 충당금을 더 쌓을 수밖에 없는 것도 추가자금이 필요한 원인이다.

주식시장 침체로 예보 등이 보유한 지분매각이 2002년 이후로 늦춰진 것도 추가조성 규모를 키운 요인에 해당한다.

◇어디에 얼마를 쓰나〓50조원 중 추가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한 한빛.평화.조흥.광주.제주.조흥.외환 등 6개 시중은행에 6조1천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10월 중에 경영평가가 나오면 규모가 바뀌겠지만 이 범위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우차 매각지연 등을 감안해 서울보증보험에 8조7천억원을 지원하고 금고와 신협의 추가 구조조정에도 6조5천억원을 투입한다.

부실종금사 정리와 산업은행의 한국.대한투자신탁 출자분을 예보가 인수하는 것으로 총 20조4천억원이 투입된다.

또 수협과 농협에 대해서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같이 맞추는 조건으로 총 1조8천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냥은 안준다〓정부는 자체 정상화가 어려운 은행에 대해선 공적자금 투입 후 금융지주회사 자회사 방식 등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금 투입에 따른 사후관리만큼은 깐깐하게 챙길 작정을 했다.

실사를 거쳐 지원규모를 정하되 자구이행 상황과 재무건전성 등을 분기별로 보고받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공적자금 투입 이후 추가로 부실이 발생하는 것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 이라며 "회생 불가능한 금융기관은 퇴출까지 생각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민.관 공동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자금 투입부터 회수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의장을 민.관이 공동으로 맡아 공적자금 투입 등을 관장케 할 방침이다.

금융연구원의 고성수 연구위원은 "정부의 추가 공적자금을 늘려 잡은 것은 환영할 일" 이라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투명한 집행지침을 만들어 예외없이 적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