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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쉬리' 능가하는 'JSA' 신드롬

중앙일보

입력

최단 기간 전국 1백만명 동원(7일) ,개봉 첫날 최다 관객(서울 9만명) ,최다 개봉 극장(전국 1백35개) ….

〈공동경비구역JSA〉(박찬욱 감독·명필름 제작) 열풍이 갈수록 대단하다.

흥행 신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면서 직장과 학교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든〈공동경비구역JSA〉가 대화의 주제가 되고 있다.

'JSA 신드롬' 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공식 인터넷 사이트 (http://www.cyberjsa.com)에는 20일 오전 현재 2천5백여건의 각종 의견이 올라오는 등 네티즌들의 열기도 뜨겁다.

정치.경제.예술계 등 각계 인사들의 관람이 줄을 잇고 있으며 젊은층 뿐 아니라 중년층 이상 관객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제작사는 설명했다.

〈공동경비구역JSA〉는 특히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젊은 관객들에게는 분단의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가슴 벅찬 무언가를 안고 나왔다. 꼭 통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ID 윤수애) ,

"이런 게 한 민족이라는 감동인가" (ID 대학신문기자) ,

"남북을 가르는 그 하찮은 선(線) 의 아이러니를 확인했다" (ID Betty) 는 등의 글이 인터넷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공동경비구역JSA〉의 매력은 뭘까. 무엇보다 오락성과 예술성의 적절한 조화를 꼽는 이들이 많다.

분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남북한 병사들의 자잘한 일상과 코믹한 해프닝을 적절히 배합,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작가 박범신씨는 "남북한 병사들이 동질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편적인 감수성에 호소해 그려냈다. 분단 현실을 적절한 표본을 통해 잘 드러낸 듯 하다" 고 말했다.

분단의 비극, 모순적인 민족애와 인간애라는 주제 자체가 감동을 준다는 평도 많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지뢰를 밟은 채 죽음의 공포 속에 오도가도 못하는 젊은 군인의 모습은 분단의 비극을, '적군' 이면서도 목숨을 걸고 그 지뢰를 제거해주는 장면은 살풀이 즉 남북화해를 상징하는 것 아니냐" 고 물었다.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 등 영화에 사용된 음악은 특히 '386 세대' 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민주당 임종석 의원은 "형제처럼 함께 뒹구는 남북 병사들의 모습과 김광석의 노래가 감동적이었다" 고 말했다.

극중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 이 노래를 듣다 감정이 북받쳐 "오마니 생각 나누나, 그런데 광석이는 왜 그리 빨리 죽었다니" 라고 말하는 장면은 음악이 영화와 완전히 하나가 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냉혹한 남북 대치 현실을 너무 낭만적으로 그린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작가 이문열씨는 "일부 감상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남북 문제에 인간애로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며 " 〈쉬리〉의 할리우드 영화적 오락 지향과〈박하사탕〉의 유럽 영화적 예술 지향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고 평했다.

사상 최대 흥행작이었던〈쉬리〉의 관객은 전국 5백80만 명. 이 기록을 깨느냐와 상관없이〈공동경비구역 JSA〉는 흥행과 작품성을 함께 성취한 드문 사례로 한국 영화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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