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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 가상 교체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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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올림픽에서 믿었던 야구 '드림팀' 이 예선탈락 위기에 몰렸다.

다음은 올림픽 야구대표팀의 가상 교체 감독 문답. 차기 감독후보는 실향민 출신의 고기리 감독이며 대한야구협회 가상 관계자와 고감독의 면접 과정.

- "고기리 감독님, 우리가 아는 어떤 분 별명과 발음이 비슷한 이름이군요. 당신께서 그 분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해주셔야 합니다."

▶ "그 분이 무엇을 잘못했나요. "

- "단기전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그 분은 시드니에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 바람에 올림픽 최초의 메달 진입을 노리던 야구대표팀 앞날이 캄캄해졌지요. "

▶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그 분이 정말 단기전의 특성을 제대로 꿰뚫고 있었나요. 결정적인 승부에서 언제나 날카로운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 주었던가요. "

- "그럼요. 그 분은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 선동열을 강판시키고 송유석을 등판시키는 카드를 성공시켜 삼성을 꺾은 적이 있어요. 절체절명의 순간에 천하의 선동열을 교체하는 등 과감한 결정이 그 분의 트레이드 마크지요. "

▶ "그건 혹시 선동열 스스로가 '더 이상 못 던지겠다' 며 자진 강판했던 것 아닙니까. 감독의 결단이 아니라 선동열에게 '더 던지라' 는 주문을 하지 못했던 것 아닐까요. "

- "그 분은 선수단 통솔에서도 최고였어요. 96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항명파동으로 팀이 위기를 맞았을 때도 팀을 추스리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우뚝 선 적이 있지요. "

▶ "아하! 그것 역시 이순철을 필두로 당시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만들어져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95년 다른 팀도 선수단 집단이탈 뒤 윤동균 감독이 물러가고 이듬해 우승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

- "그럼 그 분이 최고의 감독이 아니며, 단기전의 마술사도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

▶ "흥분하지 마십시오. 이번 올림픽에서 호주.쿠바.미국을 상대로 보여준 그 분의 작전이 모두 거꾸로 된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물론 결과론이긴 하지만 작전이 너무 소극적이고 면피성으로 된 듯 합니다."

- "듣고 보니 그렇군요. 호주.쿠바.미국전에서 모두 7회 이후 등판한 투수들이 결승점을 내준 것은 그렇게 판단할 만합니다. 미국전에서는 1회 희생번트와 6회 강공이라는 결과적으로는 뒤바뀐 작전을 펼쳐 1점도 뽑지 못했고…. "

▶ "그래서 지금 저에게 바라는 게 뭡니까. "

- "고기리 감독님, 당신은 이제부터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겨주셔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그 분과는 달리 진정 단기전의 마술을 보여주셔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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