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16승 우뚝!

중앙일보

입력

박찬호의 호투가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열성 팬들의 기립박수를 불렀다. 세 번째 도전한 시즌 16승을 극적으로 이루면서 말이다. 더구나 8회까지 무실점 호투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8이닝 동안 6안타 4볼넷 8삼진을 끌어내며 1점도 내주지 않은 것은 상대타선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분석의 결과다. 평소 치려고 달려드는 저돌적 성향의 애리조나 타선은 최근 3연패의 부진에 몰리며 더더욱 조급함을 드러냈다.

2구 이내 공략이 초반에 많아 박이 투구수를 줄여가며 체력안배를 할 수 있었다. 특히 오늘 체인지업과 파워커브의 제구가 코너를 흔들며 먹혀들었고 뚝 떨어지는 낙차는 타자의 눈에 들어오다 사라져 스윙을 유도했고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빠른공도 150킬로를 상회하며 무기로 작용했다. 특히 떠오르는 직구는 상대의 플라이를 이끌어내 맞춰 잡는 피칭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박찬호는 전력투구 시점에서 2차례나 스파이크의 흙을 제거하며 심호흡을 하는 노련한 경기운영을 벌인 끝에 삼진을 이끌어냈고, 동료들의 지원으로 극적인 승리를 올릴 수 있었다.

주전이 아닌 브루스 에이블이 좌익수로 출전, 제이벨의 홈런성 타구를 걷어내 준데다 8회말 2사후에 탐굿윈이 안타 이후 도루와 그루질라넥의 짧은 안타 때 홈을 파고들며 보여준 베이스러닝은 올림픽 육상을 방불케하는 스피드였다.

한국 출신 최고의 빅리거인 박찬호와 김병현의 동시등판 맞대결은 가능성이 보였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팽팽한 경기의 종반 불펜에 대기한 김병현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박찬호는 시즌 16승이라는 새로운 고지에 올라서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임을 과시했다. 이제 시즌 남은 경기에서 박은 실낱같은 기적을 바라보는 팀을 위해 혼신을 다하며 자신의 기록을 더해가는 두 마리 토끼를 편안하게 쫓을 수 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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