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의 두배! 中 부자들 요즘 앞다퉈 사들이는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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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에서 동충하초(冬蟲夏草)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중국판 ‘튤립 버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와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은 “최고급 동충하초가 ㎏당 70만 위안(약 1억24000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금값의 두 배 정도다.

 동충하초는 겨울엔 벌레 속에서 기생하다가 여름이 되면 곤충을 죽이고 나오는 버섯류를 말한다. 동양의학에선 면역력 강화와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국내에선 공급과잉 때문에 값이 폭락했다가 2010년부터 서서히 오르고 있다. “2010년과 견줘 10% 정도 올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하지만 국내 동충하초는 보급용이어서 중국에서 투기대상인 최상품과는 다르다.

 동충하초 값은 2010년 이후 치솟기 시작했다. 중국 신흥 부호가 건강을 위해 동충하초를 마구 사들이기 시작하면서다. 마침 티베트 등 동충하초 산지의 기상이 악화돼 생산량마저 줄어들었다. 값이 뛸 만한 조건이 갖춰지자 ‘또 다른 욕망’이 싹텄다. WSJ는 “중국인은 정력을 키우기 위해 동충하초를 애용해 왔다”며 “하지만 요즘 중국인은 동충하초로 다른 것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난달 말 보도했다. 바로 ‘시세차익’이다. 163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서도 신흥 부호가 튤립을 사들이면서 값이 급등하고 투기가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중국인은 자산시장 침체로 애를 먹고 있다. 주가는 바닥을 헤매고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돈줄 죄기에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눈치 빠른 중국 투자자는 동충하초 값 급등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동충하초 열풍(Mania)이 불자 난징 등에선 거래소마저 개설됐다. 동충하초가 중간 상인만 참여하는 폐쇄적인 경매 방식에 따라 거래되는 게 아니라 주식처럼 일반인도 사고팔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또한 튤립 버블 때와 닮았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튤립 값이 뛰자 거래소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선물거래(당시 이름은 바람거래)가 개발됐다.

 『금융투기의 역사』를 지은 에드워드 챈슬러는 “네덜란드가 유럽의 경제 강국으로 떠오르자 근대 최초 버블인 튤립 투기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동충하초 열풍도 중국의 발흥을 배경으로 한 현상인 셈이다. 튤립 버블의 끝은 비극이었다. 동충하초 결말은 무엇일까.

튤립 버블(Tulipomania)

1637년 네덜란드에서 절정에 이른 튤립 투기 열풍. 유럽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네덜란드 부호들이 터키에서 갓 전해진 희귀한 튤립 사재기에 나섰다. 처음엔 과시욕으로 출발했지만 나중엔 튤립 뿌리에 대한 투기 사태로 번졌다. 절정의 순간 한 뿌리 값이 8만7000유로(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약 1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심지어 꽃이 피지 않았는데도 미래 어느 시점을 정해 특정한 가격에 매매한다는 계약을 사고파는 선도(선물)거래까지 등장했다. 튤립 버블은 끝내 붕괴했다. 덩달아 뛰었던 주택과 그림 값도 추락하면서 요즘 일본처럼 ‘자산 디플레이션(침체)’이 일어나 네덜란드는 경제 패권을 영국에 넘겨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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