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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35달러 지속시 비상대책"

중앙일보

입력

정부는 우리경제가 국제유가 급등, 대우자동차 매각 차질,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위기에 봉착하자 당정회의, 국무회의 등을 잇따라 열어 대책을 숙의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경제문제는 외부상황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부적으로는 국회공전으로 위기극복 정책들이 시행되지 않은채 묶여 있는데다 각종 단체들의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부가 19일 내놓은 대책은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35달러 수준에 이르면 비상대책 실행에 돌입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기업구조조정의 신속한 추진과 함께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을 확대한다는게 골자다.

◆고유가 비상경제운용 계획 수립

정부는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35달러 수준에서 지속되는 경우 거시경제정책기조의 근본적 변경과 함께 에너지수급 비상대책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런 정책 변경이 없다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4%이하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이상으로 치솟으며 경상수지는 50억달러 안팎의 적자로 추락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먼저 금리인하, 재정확대 등 거시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5∼6%수준으로 묶고 3%대의 물가안정, 상당수준의 흑자기조를 유지한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상당히 낙관적인 목표다. 그러나 이는 환율이 어느정도 상승한다는 등의 여러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목표달성 여부는 미지수다.

에너지수급 비상대책은 비축유방출, 유가완충자금 사용 등의 조치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비축유는 29일분량에 그치는 등 비상대책도 지속적으로 쓰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정부는 유가가 35달러미만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에는 그동안 발표했던 에너지절약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는 수준에 머물 방침이다. 거시경제정책도 미조정하는데 그치기로 했다. 성장률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재정긴축 등 미세한 정책변경으로도 문제가 해결된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분은 가능한한 국내 유류가격에 반영해 에너지 저소비를 유도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

정부는 금리상승, 주가 하락, 기업자금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자동차의 매각계약은 다음달 20일까지 체결한다는 목표로 신속히 협상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일정조건을 붙여 선인수-후정산 방식을 추진하되 지난 6월과는 달리 기속력 있는 바인딩 오퍼(binding-offer) 절차로 진행키로 했다.

포드의 경우처럼 위약금 부담없이 중도에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추가 공적자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도 금융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오는 23일 추가소요 추계를 발표하고 10월중에 국회동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공전으로 동의를 받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국회가 열리더라도 야당은 공적자금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최대한으로 동의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여야 설득작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와함께 워크아웃.법정관리.화의 등 부실기업에 대한 처리방침을 연말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기업부실이 더이상 금융권 부실로 전이되지 않도록 엄정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철도차량은 올해말까지, 석유화학과 항공기 등은 내년 2월까지 사업구조조정(빅딜)을 종결키로 했다.

◆공공.노동 개혁 차질없이 시행

공기업의 인력조정은 계획된 일정에 따라 차질없이 추진하고 한전.포철.한중 등 공기업 민영화도 계획대로 실천키로 했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는 최근 주식시장 침체로 여의치 않다. 민영화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헐값으로 매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동분야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모성보호 제도 개선, 비정규 근로자 보호대책수립 등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아울러 상생의 신노사문화를 정착시키는데도 노력키로 했다. 그러나 위기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금융.기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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