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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동화의 숨겨진 속내 까발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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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 Books 편집장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 알지, 아이야? 그 이야기는 아마 네가 글을 읽기 전 쯤에 잠자리에서 들려주었지. 못된 계모가 어린 남매를 산 속에 버리고 돌아왔지만, 아이들이 미리 흘려두었던 은빛 조약돌을 찾으며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나중에는 빵조각을 흘렸다가 산새들이 다 집어먹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산 속을 헤매다 과자와 사탕으로 만든 마녀의 집에 가게 된다는 이야기였지.

이 이야기가 처음 나올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은 나도 몰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 이 이야기에는 계모가 나오지 않아. 그냥 헨젤과 그레텔의 친어머니만 있을 뿐이야. 그런데 아이들에게 친엄마가 어떻게 자기 자식을 산 속에 갖다 버릴 생각을 할 만큼 잔인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너희들에게 심어주지 않으려고 나중에 못된 계모를 등장시킨 것이었어. 가만 생각해 보니, 아무리 못된 계모가 생각해 낸 꾀였다지만, 그 친아버지는 어떻게 그리 쉽게 넘어가겠니? 이상하긴 했었지?

지금 너희들이 보고 있는 동화들은 오래 전에 처음 만들어졌다가 시간이 지나고 세상이 바뀌면서 너희들이 이해하기 쉽게 조금씩 바뀐 게 많아. 아이야, 너는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됐으니, 네가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의 원래 이야기를 찾아서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니?

그런 생각을 갖고 새로 나온 책 〈뜨끔뜨끔 동화 뜯어보기〉(마이클 콜먼 지음, 이경덕 옮김, 주니어김영사 펴냄)을 읽어 보길 권한다. 이 책에는 옛날부터 너희들에게 들려주던 재미있는 동화 중에서 인기있는 동화 10편을 뽑아냈어. 그 중에는 '헨젤과 그레텔' '인어아가씨'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 '잭과 콩나무'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도 있지만, '엄지동자 톰' '룸펠슈틸츠킨' '스노드롭'과 같은 생소한 이야기도 있어. 하긴 이 책이 서양에서 쓰여진 책을 한글로 옮긴 것이니, 우리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겠지.

그래도 이 책에서 꼽은 10편의 동화들은 네가 꼭 알아 두어야 할 동화들이야. 게다가 앞에 말한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처럼 동화를 둘러싸고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함께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거든. 또는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들려주는 방식을 아주 달리했기 때문에 마치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거야.

예를 들면 인기 순위로 3위에 오른 '신데렐라' 이야기는 다른 동화책과 아주 달라. 이 책에서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주인공인 신데렐라와 그의 계모의 일기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단다. 일기라는 것은 자기의 속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잖아. 그렇다면 계모에게 심한 구박을 당하면서도 무도회에 가고 싶어하는 신데렐라는 어떤 심정이었는지, 또 신데렐라를 무도회에 오지 못하게 하고 온갖 구박을 다 해대는 계모의 속 마음은 어떠했는지 알고 싶지 않니?

아이야. 이 책은 그냥 편안하게 읽을 생각으로 보다가는 놀랄 부분이 적지 않단다. 이 신데렐라 이야기에서도 신데렐라의 계모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자기 딸들의 발에 맞추기 위해 하는 짓을 보면 그 잔인함이 역겨워지기까지 한단다. 궁금하다고? 직접 한번 읽어보거라. 하여간 정말 못된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야, 또 신데렐라 이야기를 생각하면 우리 나라에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 생각할 수 있지? 바로 콩쥐 팥쥐 이야기야. 너무 비슷해서 가끔씩은 누가 먼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인지 참 헷갈리기도 하잖아.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신데렐라 혹은 콩쥐 팥쥐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는 전 세계에 7백여가지가 전해온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동화에 얽힌 다른 이야기를 함께 읽는 것은 이미 단순한 동화 읽기를 넘어서는 일 아니겠니? 초등학교 고학년 쯤이라면 그렇게 그 동안 읽었던 동화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해. 콩쥐 팥쥐 이야기를 보면서 신데렐라 이야기와 너무 닮았다고 당황하지 말고, 그런 이야기는 전 세계에 7백여 가지가 전해오고 그 중에는 신데렐라와 같은 입장의 딸이 계모를 죽이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지혜는 갖출 필요가 있는 거야.

아이야. 이 책은 일단 재미가 있어. 어쩌면 여기 나오는 동화의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는 너희들로서는 '시시한 이야기'들이라고 집어치울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너희들이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하기 위해서 쓰여지지 않았어. 알려지지 않았던 동화에 얽힌 이야기들과 잔인 무도한 동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 들을 그대로 까발려 놓은 이야기여서 생각처럼 시시하지도 않아.

옛날에 읽었던 동화를 다시 떠올려 본다는 생각에서라도 한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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