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수단 '저기압'

중앙일보

입력

북한 유도의 희망 계순희가 17일 동메달에 그치자 북한선수단이 풀이 죽었다.

계순희는 북한이 '확실한 금메달' 이라고 자신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했다.

31명의 선수를 내보낸 북한이 금메달을 예상한 선수는 모두 4명. 계순희와 남자 유도 81㎏급의 곽억철, 남자 체조 안마의 배길수, 그리고 여자 역도 58㎏급의 이성희다.

계순희는 이미 동메달에 그쳤고 배길수도 결선에는 올라갔지만 지난 16일 예선에서 6위에 그쳐 금메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지난 16일에도 유도 여자 48㎏급의 차현향이 3, 4위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동메달을 놓친 북한으로서는 초조해 질 수밖에 없다.

"유도에서 금메달 2개를 자신한다" 던 박정철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북한 임원들은 복도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이 이제 금메달을 기대하는 선수는 19일 경기를 치르는 곽억철. 박정철 감독이 혼신의 힘을 쏟아 키운 선수인 곽은 한국의 조인철과 맞대결도 예상되는데 '투지가 좋고 기술이 다양하다' 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만일 곽억철과 이성희마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자칫 노 골드의 수모를 당할 수도 있기에 북한선수단은 곽에게 큰 희망을 걸고 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첫 모습을 드러낸 북한이 금메달을 하나도 못 딴 대회는 80년 모스크바 대회(은3.동1)뿐이다.

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는 배길수(체조).최철수(복싱).김일.이학선(이상 레슬링) 등 무려 금메달 4개를 따냈으며, 96년 애틀랜타 대회 때도 계순희와 김일이 2개의 금메달을 딴 바 있다.

북한선수단은 한국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보내준데 대해 감격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유도장에 모인 한국 응원단은 마치 계순희가 한국선수라도 되는 것처럼 "계순희" 를 연호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다.

계는 경기 후 한국 응원단을 찾아 인사한 뒤 "열심히 응원해줬는데 보답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 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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