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전부다 … 꼼꼼히 뽑아 끝까지 함께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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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들이 지난해 12월 2박3일 동안 90㎞의 행군을 마치고 경기도 이천 연수원 로비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증권 3일, 은행 1년, 보험 10년’.

기자가 출입처를 바꿨어도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기한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주문 후 3일 뒤 결제가 이뤄지고, 은행 정기예금은 보통 1년짜리이며, 보험은 종신보험을 포함해 10년 이상 장기 계약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란다. 기자들 사이의 우스갯소리다. 그런데 농담에 뼈가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만큼 사람을 단기로 보고 쓰거나 내칠 것 같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부양 지연 등 악재가 이어졌다. 증권회사는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지난해 연말에만 300여 명의 증권인이 여의도를 떠났다.

그러나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그렇다. 이 회사는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이라는 말과 거리가 멀다. 지난해 신입직원을 100명 넘게 뽑았다. ‘사람이 전부’라는 회사의 인재 사랑 정신 덕분이다. 이는 회사 출범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2005년 동원증권과 한투증권이 통합할 때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단 한 명의 명예퇴직도 받지 않았다.

인재 사랑은 채용 단계부터 시작된다.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끝까지 함께할 수 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학교로 찾아가 채용설명회를 주도한다. 매년 100여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해외 우수 대학 및 경영학석사(MBA)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신입 및 경력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여성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편견도 이 증권사와는 거리가 멀다. 채용 면접 때부터 여성 지점장·임원이 배석한다. 동일 직급에서 남녀 직원 간 급여 차이가 없다. 인사 평가기준에 여성 차별사항을 완전 제거했다. 그래서 업계에서 최초로 여성 임원을 배출한 곳도 바로 이 증권사다. 여기에 ‘여성 인사도우미’ 제도를 통해 여직원의 애로사항을 정책 개선에 적극 반영한다. 2008년 노동부로부터는 ‘남녀 평등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다.

인재 사랑의 결과, 다른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실적도 우수하다. 지난해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11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업계 1위다. 시장이 10% 이상 떨어진 약세장이었는데도 자산관리·주식중계·투자은행(IB) 등 모든 부문에서 견실한 실적을 달성했다. 직원 생산성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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