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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책반란’ 1탄은 재벌세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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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9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의 ‘재벌개혁’ 정책 기자회견에서 유종일 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그 뒤로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지나가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통합당이 29일 ‘재벌세’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열린 당 경제민주화특위(위원장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의 ‘재벌개혁’ 정책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참석해 사실상 4월 당 차원의 총선 공약 골자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대기업만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새로운 세금보다는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무겁게 하는 ‘대기업판 버핏세’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특위는 재벌개혁 방안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대기업의 특수관계사 일감 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보완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발표 자료엔 없었던 ‘재벌세’는 유 위원장의 발언에서 나왔다. 그는 “(기자들이) 일요일에 나왔으니 한 가지 선물을 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재벌세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를 과다 보유할 경우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며 조만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행대로라면 차입금으로 계열사를 확장한 경우 차입이자를 회사 경비로 간주하거나 배당금 수익을 소득에서 제외해 법인세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데 이런 제도적인 허점을 보완하자는 게 재벌세”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투자액을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보다 더 직접적으로 대기업과 재벌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질문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 중이며, 특위에서 제안을 해오면 당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 위원장도 “확정된 게 아니며 당 정책위와 의견조율을 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유 위원장은 그러나 오찬 간담회에서 “재벌세를 추진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관철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는 출총제와 관련, “상위 10대 재벌에 소속된 모든 기업에 대해 출총제를 적용해야 하며 예외규정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를 많이 늘리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 이 같은 기조에 맞는지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제민주화특위의 안은 민주통합당의 ‘유쾌한 정책반란’의 시리즈 1탄으로 마련됐다.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 특위(유종일 위원장) ▶보편적 복지 특위(김용익 위원장) ▶조세개혁 특위(이용섭 위원장)를 구성해 각자 안을 만든 후 3월 중 공약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로 최근 『진보 경제학』이란 책을 냈다. 유종근 전 전북도지사의 동생이다. 서울대 교수인 김 위원장은 노무현재단의 상임운영위원이다. 이 의장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을 거쳐 국세청장을 역임한 세제 전문가다.

◆정몽준 “경제 우습게 보면 안돼”=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정치인이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이 경제”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그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치가 경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경제를 우습게 보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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