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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와 동거'로 깨진 최고의 정치인 커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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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4월 22일 치르는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5월 6일 결선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현재 제1야당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57) 후보가 1년 넘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57) 현 대통령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당선자를 점치는 것 못지않게 유력 후보 부인들의 ‘내조(內助)’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5년 전 대선에서 양대 후보들이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 ‘내조’를 거의 받지 못한 반면 이번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과 지금, 프랑스 대선 무대에 등장한 ‘남과 여’에 얽힌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5년 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후보는 사르코지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8)이었다. 2007년 5월 결선투표 끝에 사르코지가 루아얄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두 사람 모두 선거를 치르면서 ‘이혼’으로 가정이 깨지는 불행을 겪어야 했다. 그로부터 5년 후, 다시 대선을 코앞에 두고 과거 격전을 치렀던 두 남녀가 프랑스 언론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르코지는 UMP 후보로 재선에 도전 중이다. 루아얄은 사회당원으로서 과거 동거남이었던 올랑드의 대선 캠페인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여기자가 갈라놓은 최고의 정치인 커플
2007년 사회당 대선 후보 루아얄은 대선 한 달 후인 그해 6월 정식 결혼은 하지 않은 채 3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동거남 올랑드와 갈라섰다. 당시 대선에서 올랑드는 사회당 총재로서 동거녀 루아얄의 선거운동을 지원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공교롭게도 당 대선 후보의 바통을 이어받아 선전하고 있다.

두 사람의 결별 소식은 결선투표가 있은 지 한 달여 만인 6월 중순 공개됐다. 루아얄은 프랑스 언론에 “나와 올랑드에 대한 갖가지 추측과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 꽤 됐다”며 “이제 사실을 밝힐 때가 됐다고 생각해 우리 두 사람이 더 이상 함께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간단히 밝힌다”고 말했다.

루아얄은 “내가 올랑드에게 집을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며 “그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결별 이유는 올랑드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올랑드가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올랑드는 방송사 정치부 여기자 발레리 트리에르베일레(46)와 동거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들 사이가 틀어진 시점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한 정치적 경쟁을 벌였던 때와 일치한다. 2006년 초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됐을 때 루아얄과 올랑드는 나란히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루아얄의 지지도가 높게 나오자 올랑드는 이내 후보 경쟁을 포기해야 했다. 대선이 끝난 뒤 올랑드는 트리에르베일레와 2006년 관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선 동거 커플도 부부와 거의 동일한 법적·사회적 혜택을 준다. 올랑드와 루아얄은 프랑스 엘리트 관료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4명의 자녀를 뒀다.

2012년 루아얄은 올랑드의 대선 캠페인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 때문인지 벌써 미묘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 22일 사회당의 첫 번째 대선 공식 캠페인 연설에서 올랑드는 직전 당 대선 후보였던 루아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1981년 이후 사회당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비디오 영상에도 루아얄의 이미지가 한 컷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루아얄은 “존경과 신뢰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이런 실수는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루아얄은 사회당원으로서 올랑드의 대선 캠프에서 조만간 본격적인 활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루아얄의 역할은 주로 노동자계층을 담당하는 것이고, 그들 사이에서 극우정당 지지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르피가로는 보도했다.

올랑드의 새 동거녀 트리에르베일레는 정치부 기자 신분을 십분 활용해 열성적으로 올랑드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출연하는 방송과 신문을 활용해 올랑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트리에르베일레는 올랑드에 대해 “남의 얘기를 잘 듣는 사람”이라며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갖춘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다.

‘무늬만 부부’였던 사르코지와 세실리아
5년 전 사르코지 후보의 부인이었던 세실리아 아티아스(54)는 남편이 치열한 선거전을 벌일 때도 선거운동을 돕기는커녕 투표조차 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투표소 선거인명부에서 대통령 부인이 투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세실리아는 한동안 프랑스인에게 ‘무임 승차 퍼스트레이디’로 통했다. 전체 선거운동 기간을 통틀어 대중 앞에 남편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1차 투표일 하루가 전부였다. 그러다 결선투표가 끝나고 사르코지 캠프가 당선 축하행사를 열자 그제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도 정장이 아닌 흰색 바지에 회색 니트를 입고 나타나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세실리아와 사르코지의 불화와 갈등은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도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난 사안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부터 독특했다. 카테린 네가 쓴 사르코지 전기에 따르면 1984년 사르코지가 뇌이쉬르센 시장 자격으로 세실리아와 자크 마르탱의 결혼식 주례를 맡으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움트기 시작했다. 당시 사르코지는 다른 남자의 신부인 세실리아와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사르코지는 세실리아와 은밀한 관계를 맺어 오다 첫 부인 마리에게 발각됐고, 그 후 사르코지와 세실리아는 각자 배우자와 결별한 뒤 결혼했다.

세실리아는 재혼 뒤 남편이 총재로 있는 UMP 행사를 조직하는 일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세실리아는 이벤트 전문가 리샤르 아티아스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2005년 8월 주간지 ‘파리마치’는 세실리아와 아티아스가 함께 있는 사진을 커버로 장식하기도 했다.

이즈음 사르코지도 일간지 여기자와 사귀면서 두 사람은 결별 위기까지 갔으나 대선을 한 해 앞둔 2006년 극적으로 관계를 회복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세실리아가 잠적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부부 사이가 다시 악화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세실리아는 2007년 초 인터뷰에서 “나 자신이 퍼스트레이디에 맞는다고 생각지 않는다. (퍼스트레이디는) 지루하다. 나는 군복풍 바지에 카우보이 부츠 차림이 좋다. 틀 속에 맞추긴 싫다”며 퍼스트레이디 역할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두 사람은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2007년 10월 결국 이혼했다.

사르코지는 ‘싱글 대통령’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았다. 이혼 발표 후 두 달도 채 안 돼 화려한 남성 편력을 자랑하는 미모의 여가수와 데이트하는 장면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출신 이민 1.5세로 수퍼모델을 하다 가수로 활동하던 카를라 브루니(44)였다.

당시 영국의 더 타임스는 두 사람의 만남을 놓고 “사르코지가 ‘남자를 농락해 잘 차 버리기로 소문난 여자(famous ‘man-eater’)’와 데이트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2008년 2월 사르코지는 불과 9개월 전 자신이 아닌 사회당 후보에게 표를 찍은 브루니와 프랑스 대통령궁에서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주변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으나 브루니가 엘리제궁 생활을 무난하게 소화하면서 지난해 10월 딸까지 출산했다.

브루니는 세실리아와는 달리 현재 적극적으로 사르코지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브루니는 “내 남편은 대단한 엔진”이라며 “대통령이 되려면 보통 엔진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경덕 기자 polee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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