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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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천안시는 담담한 분위기 속에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이 무산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3년6개월여 동안 인건비와 용역비만 26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지만 결국 첫 삽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그러나 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의 백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보다 앞으로 다가올 후폭풍의 여파가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최근 발생한 천안시 분식회계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주들이 감사원 감사 청구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천안시가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에 대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후 사업지구 내 토지주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토지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중앙포토]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 조성사업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에 따르면 2005년 시행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은 후 천안시가 2007년 사업지구 내 토지 307만㎡를 개발행위제한구역으로 고시했고 시행사들이 사업추진을 못하게 되면서 잔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 소유권과 경작권만 유지해왔다.

 그러나 천안시는 지난해 연말 국제비즈니스파크 조성사업 컨소시엄 주간사인 대우건설 컨소시엄 구성원의 사업 참여 저조와 3차례의 자본증자 실패 등을 이유로 사업 협약을 해지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청산절차가 시작되면서 토지주들은 재산권 행사의 제한을 받는 등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최근 천안세무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2009년 1월 30일을 기준으로 양도세 신고를 하지 않은 토지주를 상대로 대토 불가와 신고불성실 가산세 납부 독촉까지 이어져 토지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천안세무서 관계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이들의 토지가 근저당 됐고 거래대금 상당액이 건네져 토지거래가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는 납세와 가산세를 독촉한 것이 아니라 토지주들에게 양도와 관련해 성실한 신고 안내문을 보낸 상황이고 이들의 토지가 사업추진이 안돼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점과 거래대금 규모 등을 고려해 양도세 부과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토지주들은 세무서로부터 가산세 납부 안내를 받는 상황보다 토지주들에 대한 사과나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천안시의 안일한 대처가 더욱 불만이라는 반응이다.

주민대책위 김홍철 사무국장은 “개발행위제한구역지정으로 토지주들이 재산권 행사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천안시에 대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주민대책위는 천안시의 방만한 행정 처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주민대책위는 지난해 12월 30일 대책마련을 위한 총회를 열고 향후 추진 사항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토지주들에 대한 대책과 피해보상 방안을 천안시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주민대책위는 “천안시장이 실행에 옮기지도 못하는 계획을 발표해 그것을 믿고 은행대출을 통해 대토 한 일부 토지주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상태에 이르렀다”며 “시는 이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업 추진과정에서 사업지구 내 토지에 대해 2종 주거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시가 언급을 피하고 있다”며 천안시의 책임 있는 답변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용·수용방식에 의한 동의서를 2/3이상 받은 상태에서 2010년 12월 31일이 지나면 무효가 되는 줄을 알면서도 아무런 설명이나 대안 없이 2011년 하반기에 실행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며 재추진을 발표하고 이후 백지화 선언을 했다”며 "이러한 배경에 대해서도 천안시가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홍철 사무국장은 “실제 사업지구 내 일부 토지주들은 천안시의 말만 믿고 무리하게 은행대출을 받았다가 이자폭탄에 맞아 빚더미에 앉은 경우가 있다”며 “또 사업 무산으로 인해 토지가 원래대로 환원될 경우 5년 동안 활용하지 못한 피해와 땅값 하락 등에 따른 손실도 전체 19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현재 337명의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천안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활발한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며 “일단은 총회에서 결의한 사항대로 추진하겠지만 앞으로 천안시의 입장 표명에 따라 감사원 감사 청구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천안시 도시개발과 미래개발팀 이용길 팀장은 “지난 5일 대책위 회원들과 만나 이야기했고 27일 이후 다시 논의하자고 했는데 천안시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만 하니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라며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협약 해지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상황에 맞게 대처키로 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대책위 회원들과 논의해 상황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민대책위는 천안시의 책임 있는 대책마련이 없을 경우 백지화된 국제비즈니스파크 조성사업은 물론 경전철 사업의 타당성 여부, 시행사 토지 매입가격에 대한 타당성 여부, 토지사용 동의서의 적절성 여부 등을 골자로 감사원 감사 청구까지 요청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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