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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재확보, 외국인에 눈돌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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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전자기술원 4년생인 발리바 크세니아(21.여.전자공학) 는 최근 4주 동안 한국에 머물렀다.

LG전자가 선발한 10명의 러시아 인턴사원 중 한 명인 그는 서울 우면동 LG전자 디지털TV연구소에서 첨단 기술을 전수받고 동료들과 함께 지난 4일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LG전자는 크세니아가 학교를 졸업하면 연구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LG전자는 해외 주요 전략지역의 우수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국내에서 실습 교육을 시킨 뒤 졸업 후 채용하는 ''FR 프로젝트'' 를 실행 중이다.

LG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주립대.모스크바 물리기술원과 전자기술원생 10명을 인턴으로 선발한데 이어 오는 12월에는 중국.인도 대학생 50명을 국내로 초청할 계획이다.

LG전자 안승권 상무는 "디지털 등 핵심 분야의 기술인력을 일찍 확보하고 현장실습을 통해 소속감과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인턴교육을 실시 중" 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해외 유학생이나 동포 2, 3세 등 해외 우수 두뇌를 스카우트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우수 인재가 많고 임금도 싼 편인 러시아.중국.인도 등으로 지역을 넓히고 있다.

◇ 외국인 전문인력 확보 경쟁〓㈜효성은 최근 조정래 사장이 특별 지시해 중국 칭화(淸華) 대 출신 석.박사 5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스판덱스 등 첨단섬유 분야와 정보기술(IT)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趙사장은 "핀란드 기업인 노키아의 경우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며 인도.중국인 컴퓨터 전문가를 다수 채용하고 있다" 면서 "중국 기술자가 실력도 있고 임금도 싸 앞으로 중국인 우수인력 채용을 늘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전자 관계사들은 ''J프로젝트팀'' 을 만들어 일본 지역 인재 유치에 나서는 한편 기초과학에 강한 러시아.중국의 과학기술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주로 반도체 기술과 소프트웨어.바이오 산업분야 등이다.

삼성물산은 올 초부터 인터넷 사업을 전개하면서 관련 인력을 인도에서 뽑아 쓰기 시작했다.

현재 13명이 IT사업 분야에서 근무 중이며, 그동안 돌아간 인도인까지 합치면 20명에 이른다.

인터넷 마켓 플레이스 구축을 위해 외부 업체에 용역을 주었는데, 여기서도 인도인 20여명이 삼성물산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인도 인력이 우수하면서도 인건비가 적게 들며 일단 계약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일에만 전념한다" 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전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지원하면 국적을 불문하고 채용하기 위해 올해부터 채용방식을 공채에서 인터넷을 통한 수시채용으로 바꿨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우주항공에서 근무하던 스티브 모건을 최근 상무로 채용했으며,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제휴가 본격화하면 외국인 채용을 늘릴 움직임이다.

현대차는 해외 마케팅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외언론 홍보를 위해 미국인 한 명을 채용했다.

◇ 유학생과 동포 2, 3세도 상한가=G그룹은 1994년부터 미국.유럽.일본 등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이나 동포 2, 3세를 채용해 왔다.

지난해 1백70명, 올 상반기에 1백40명의 석.박사 학위 소지자를 채용했다. 이달 말과 오는 11월에는 미국지역에서 1백80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LG전자 김영기 부사장은 "해외 채용 인력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고 외국기업 인맥이 탄탄해 해외법인이나 본사의 수출분야 인력으로 활용도가 높다" 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미국에 고급 두뇌 채용이 전문인 국제 채용담당 간부(IRO) 를 상주시키고 있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연말까지 주로 전자 관계사를 중심으로 해외 석.박사 고급 인력을 1천명 정도 뽑을 계획이며 유학생.동포는 물론 외국인도 포함된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전자.전기.SDI.코닝.SDS 등 전자 관계사는 합동으로 오는 18일부터 해외 인력유치단을 미국 동부 및 유럽 5개국에 파견키로 했다.

삼성은 이번 유치 설명회를 통해 4백~5백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모집한다.

삼성전자는 회사 홈페이지에 해외채용 인력 도움방을 둬 응모자에게 수시로 정보를 제공하고 답장을 보내는 등 인터넷을 통한 해외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포항제철은 철강기술.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일할 미국.일본 지역에 거주하는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40명을 올 상반기에 채용한 데 이어 연말에도 40명 정도를 더 뽑을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법률 전문가와 엔지니어 등 4명을 미국에서 현지 채용했으며, 현대전자는 반도체 마케팅 담당 임원 한 명을 해외에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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