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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지상파 DMB 사업자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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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누가 탈락의 고배를 마실 것인가. 이달 말로 예정된 '지상파 DMB' 사업자 선정이 임박하면서 방송 사업자 간 열띤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KBS.MBC.SBS.EBS 네 방송사가 3장의 티켓을 놓고 경합하는 지상파 방송군의 경우 신경전도 대단하다. 혼자만 뉴미디어 대오에서 이탈할 경우 디지털 시대에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사업권을 따내지 못한 곳엔 인사 태풍이 불 거란 얘기까지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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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모두 "우린 준비된 사업자"=지상파 DMB는 지상파(방송).비지상파군에서 각 3곳 등 모두 6개 사업자(멀티플렉스)를 선정한다. 수치로만 보면 비지상파군의 경쟁률이 높지만, 경쟁 강도는 한 곳만 탈락하는 지상파 쪽이 훨씬 세게 느껴진다.

그래도 가장 마음 편한 쪽은 KBS다.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다른 방송사들도 한 수 접어준다. 다만 지난해 638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낸 상황이어서 투자 여력이 변수다.

MBC 역시 한 자리는 공영방송인 자신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SBS.EBS와 3자 구도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DMB 추진팀의 김낙현 차장은 "중요한 건 방송이 걸어온 길과 현재 역량이며 정치적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며 "공정한 심사가 이뤄진다면 결과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간 디지털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SBS는 기술력과 자금력으로는 자신 있다는 입장. 그러나 지난해 말 재허가 심사 때 공익성 등을 놓고 각종 공격에 시달린 점이 부담이다. SBS는 최근 윤세영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외부에 천명하기도 했다. 이남기 기획본부장은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지상파 DMB의 성공을 위해선 기술, 설비, 투자여력, 효율적 경영능력이 골고루 갖춰져야 한다"며 "SBS는 DMB 태동 초기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했고, 최첨단 디지털 방송 장비와 송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BS 역시 사활을 건 상태다. 권영만 신임 사장이 16일 취임사에서 DMB 사업에 대한 강한 열의를 피력할 정도다. EBS 노조는 "교육이라는 콘텐트의 특성상 EBS는 당연히 선정돼야 하며, 나머지 하나를 놓고 프로그램이 비슷한 MBC와 SBS가 다퉈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상파 DMB가 수도권에서 먼저 시작해 서울.지방 간 정보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경쟁이 뜨겁다 보니 신경전도 벌어진다. 지난달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에서 'EBS=이발소'라는 개그가 나오자 EBS가 사과방송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런 강경 대응엔 DMB 선정을 둘러싼 불편한 감정도 개입돼 있다는 게 보편적인 분석이다.

◆비지상파 방송군도 '고요 속 전쟁'=중견기업 290여 곳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상황에서, 절반은 떨어져야 하는 비지상파군도 초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간 주주구성과 사업계획 등에 심혈을 기울였고, 제휴 콘텐트의 우월성과 자금조달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지나친 로비로 오해를 살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대부분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안정적인 뉴스 콘텐트를 보유한 YTN 컨소시엄이 비교적 한 발 앞선 것으로 평가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지나친 정치논리는 곤란"=방송위원회 양한열 지상파방송부장은 "곧 심사위원회 구성에 들어가며 심사위원은 학계.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12~14명 정도로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위는 사안의 민감함을 고려해 심사 전 과정을 백서로 남길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특정 사업자와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인사는 심사위원단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자 선정에 있어 정치적 고려를 해서도 곤란하다고 말한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DMB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가 불분명해 혼선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며 "장밋빛 전망과 정치적 판단으로 일관해선 안 되며 국가대계와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 DMB란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는 이동 중에도 TV.라디오.데이터 수신이 가능한 서비스로 '내 손 안의 TV' 로 불린다. 전송방식에 따라 위성 DMB와 지상파 DMB로 나뉜다. 유료(위성).무료(지상파)의 차이도 있다.

위성 DMB의 경우 위성이 콘텐트를 뿌려주기 때문에 전국이 단일 방송 권역이다. SK텔레콤이 대주주인 TU미디어가 단독 사업자다.

반면 지상파 DMB는 지상의 송출소와 중계소를 통하며 방송 권역별로 나눠 송출한다. 이달 선정되는 사업자의 서비스 권역은 수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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