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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추석연휴 읽을 만한 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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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실은 기다릴 때가 좋은 법이다. 추석 전에야 마음 널널하게 연휴를 기다리지만, 막상 연휴가 끝날 즈음이면 해놓은 일도 없이 지나가버린 공휴일에 아쉬움을 느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었을게다. 그런 이들을 위해 연휴 틈틈이 읽어봄 직한 책들을 소개한다.

너무 무거우면 버겁고, 그렇다고 내용이 없어서도 안된다고 판단할 독자들을 위해 ▶우리 문화를 되짚어 본 편안한 인문서류 ▶어린이들을 위한 부모들의 권장서 ▶고향가는 차 안에서 짬짬이 읽어볼 수 있는 에세이 등 3개 분야로 나눠 소개한다.

소개되는 책들은 대부분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근간들이다.

*** 다시 생각해보는 풍속

명절은 관혼상제등 통과의례와 함께 해당 민족 문화지층의 단면을 확인시켜 준다.우리의 경우 간혹 민속이 곰팡내 풍기는 유교문화의 창고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지만,서점에는 기존 인식을 바꿔줄 만한 다양한 책들이 기다리고 있다.

참신한 접근이 돋보이는 책으로는 ‘상상 밖의 역사,우리 풍속 엿보기’(김경훈,오늘의 책)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2’ ‘21세기 우리문화’(주강현,한겨례신문) ‘이이화의 역사풍속 기행’(이이화,역사비평사) 등 4권을 우선 추천한다.

김경훈의 ‘상상 밖의 역사,우리 풍속 엿보기’는 과연 상식 밖이다고 할 정도로 파격이고,기왕에 알려지지 않았던 풍속들을 다룬다.이를테면 고려시대 60일에 한번씩 왕부터 장삼이사(張三李四) 들에 이르기까지 날밤을 세우는 이색풍속,고려조 왕실의 근친상간,신라시대 대중 목욕탕,역모의 메카 구실을 했던 서당 등을 소개한다.체계적이지 않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속이 역동적일 수도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주강현은 민속학을 제대로 공부한 소장학자.그에게 민속이란 옛 시대의 유물이 아니고,탄력있는 자기정체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문화코드이다.‘우리 문화의 수수께끼’가 우리 의식 속의 원초적 문화를 현상별로 짚었다면,‘21세기 우리문화’는 민속에 기반을 둔 문화 산업론으로까지 이어진다.

‘이이화 역사풍속기행’은 저자가 역사학자이기 때문에 우리 전통문화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 ‘현재진행형으로서의 민속서이다.

이색적인 민속책으로는 북한의 민속학자 27명이 공동집필한 ‘북한학자가 쓴 조선의 민속놀이’(도유호외,푸른숲) 가 돋보인다.본래 집필 시기가 1960년대 중반이라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35년전의 현장성 복원 차원에서 독보적이다.

이밖에 ‘대문위에 걸린 호랑이’(김종대,다른세상) ‘내가 모르는 우리문화 125가지’(배영기,학문사) ‘세시풍속’(한국문화재보호재단) ‘우리 전통문화와의 만남’(우리전통문화연구회,한국문화사) 등도 권유한다.

*** 자녀의 명절 간접 체험

명절의 의미가 퇴색한지 오래다.추석날을 핑계삼아 오랫만에 온가족이 모여 앉아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함께 우리 고유놀이도 즐겼지만 이제는 그저 노는 날이란 의미가 강하다.아예 뿔뿔이 흩어져 여행을 떠나거나 일껏 모여서도 TV앞에 모여있는 게 오늘날 명절을 보내는 가정의 모습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추석이 어떤 의미를 지닌 명절인지 또 추석에 옛 조상들은 어떤 놀이를 즐겼는지 알 길이 없다.실생활에서 추석의 고유한 정취를 느낄 수 없다면 책을 통해서라도 간접적으로 추석 느낌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추석 연휴에 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책으로는 ‘솔이의 추석 이야기’(이억배 지음·길벗어린이·7천5백원) 와 ‘열두 달 풍속 놀이’(김종대 지음·산하·6천원) ,‘신나는 열두 달 명절이야기’(우리누리 지음·중앙M&B·6천원) ,‘우리민속도감’(이종철 지음·예림당·2만원) ,‘허수아비의 추석’(신수진 지음·동아출판사·4천8백원) 등이 있다.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도시에 사는 솔이네 가족이 고향에서 명절을 쇠고 돌아와 새롭게 느낀 가족간의 사랑,또 이웃의 정 등을 담은 그림책이다.요즘 아이들은 경험하지 못한 이웃끼리 서로 나누는 미풍양속을 가르칠 수 있는 책이다.

‘신나는 열두 달 명절이야기’는 추석 뿐 아니라 조상의 지혜가 담긴 우리 명절에 대해 재미있게 풀이한 책이다.‘설날 이야기’와 ‘정월 대보름 이야기’‘칠월 칠석 이야기’‘섣달 그믐 이야기’ 등 명절의 유래를 옛날 이야기 하듯 구수하게 풀어냈다.한편 ‘열두 달 풍속 놀이’는 각 세시에 즐기는 놀이와 굿 등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민속도감’은 민속문화를 한 곳에 모아 설명한 책.민속유물 뿐만 아니라 예술과 의례·명절 등으로 나눠 여기에 쓰이는 각종 용품을 총천연색 사진과 함께 수록했다.

마지막으로 ‘허수아비의 추석’은 차례를 지내고 송편을 먹으면서 보름달을 보기도 하는 우리 풍속을 허수아비의 눈을 통해 본 유아용 그림책이다.

*** 도로 막혀 짜증날 때

고향가는 길 뒤적여볼 만한 책으로 먼저 대조적인 책 두권부터 소개한다.요즘 서점가 베스트셀러 맨 앞자리를 오랫동안 양보하지 않고 있는 ‘가시고기’(조창인,밝은세상) 와 2년전에 선보였던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자전적 소설 ‘한티재 하늘 1,2’(지식산업사) .

이중 ‘가시고기’는 국내 출판사 에디터들과 소설가들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이다.점점 호흡이 짧아지고 있는 요즘의 서점가에서 독자들은 ‘감동이냐,실용성이냐’를 잣대로 책을 고르고 있는데,무명의 필자가 쓴 장편소설 한편이 내로라는 작가들의 신작을 제치고,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완성도나 문체의 아름다움 같은 것과는 달리 ‘가시고기’는 아버지의 간곡한 사랑이라는 감동요소를 전면에 내세운다.백혈병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린 아버지가 마치 까놓은 알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가시고기 같은 마음임을 그리고 있다.

반면 ‘한티재 하늘’은 이 작가의 유명한 아동소설 ‘몽실언니’의 성인용 버전으로 생각하면 된다. 경북 안동의 삼밭골 한 동네의 지지리도 못난 사람들의 집단적 삶의 초상화가 더 이상 리얼할 수 없게 차근히 묘사된다.빨리빨리를 외치며 산업화를 일궈온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렸던,1960년대 이전의 정서와 가난했던 우리 부모들의 삶의 흔적이 대단한 위력으로 다가선다.

이밖에 지난해 초에 나온 시인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역시 매우 완성도가 높은 고향이야기인데,이농 행렬 이후 잊혀져온 예전의 삶이 담겨있다.

앞의 3권과 약간의 분위기가 다른 책으로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쌍소,동문선)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사) 등 외국인 필자들의 책도 느긋한 마음으로 접해볼 만 하다.

유명 필자의 책으로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열림원) ‘희망일기’(김한길,해냄) ‘짜장면’(안도현,열림원)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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