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기업 고졸 채용 바람 … 삼성 9000명, CJ 2350명, 한화 1200명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4호 03면

기업에 고졸 사원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산업은행 면접을 통과한 고졸 지원자들이 대형 공으로 배구 경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설 밑이지만 대목경기가 살아났다거나 보너스를 듬뿍 받았다는 식의 신나는 뉴스는 별로 없었다. 그래도 의미 있는 트렌드는 하나 있다. 고졸 채용 바람이다. 삼성그룹이 처음으로 고졸 공채에 나선 뒤 트렌드가 돼 가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고졸 사원을 많이 뽑으면 ‘대학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잘못된 관행도 바뀔 수 있다.

리뷰 프리뷰

삼성은 지난해에도 고졸 사원을 약 8000명 뽑았다. 주로 학교장 추천으로 채용했던 것을 올해부터는 공채 방식을 병행하기로 했다. 공채 500명에 마이스터고 출신 200명, 수시채용 300명을 더해 지난해보다 고졸을 1000명 더 채용하기로 했다. 고졸 하면 블루 칼라를 떠올리는데 삼성은 공채인력에 대해서는 사무직·소프트웨어직에도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졸 공채는 일반고 출신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한화그룹도 3월에 공채로 고졸 5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특성화고 2학년생 700명을 인턴으로 뽑는다. 이들은 졸업 후 바로 채용되는 조건이다. CJ그룹의 고졸 채용비율은 더 높다. 올해 뽑을 신입사원(지난해보다 38% 늘어난 5400명) 중 44%(2350명)를 고졸로 채우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고졸 채용 바람을 일으킨 기업은행은 올해도 창구직원의 30% 이상을 고졸자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일단 계약직으로 들어오지만 2년이 지나면 대부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사실상 고용을 보장받는다.

고졸 출신을 뽑으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인사담당자들은 조직 충성도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웬만한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 세상에 고졸로 취업에 성공했으니 딴 생각 않고 열심히 일만 한다는 것이다.

일단 괜찮은 직장에 들어간 젊은이들은 소비 성향이 높다. 자신을 꾸미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외식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집보다는 차에 관심이 더 많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가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어선 것도 20~30대의 역할이 컸다. 구매 고객 중 30대가 35%였다고 한다. 비싼 차보다 작지만 연비가 좋은 실용적인 차를 찾는 이들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 것이다. 2000cc 이하 차가 4만 대 이상 팔려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유럽 차가 잘나간 반면 일본 차는 부진했다.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1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뉴 캠리’ 출시 행사장에 나타난 것도 이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나라 밖 소식으론 여전히 유럽의 재정 문제가 골칫거리다. 세계은행은 17일(현지시간)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2.5%로 크게 낮췄다. “유럽 경제위기가 지속될 경우 국제 채권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경제가 3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와 맞먹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재정위기가 다른 나라로 더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구제금융기금을 5000억 달러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대출 가능 금액은 3850억 달러인데 이걸 885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큰손인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러시아가 증액에 반대하고 나서 진척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P에 이어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18일 스페인·이탈리아·벨기에 등 6개국에 대해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포함하지 않았다. 앞서 S&P는 유로존의 맹주인 프랑스를 비롯한 9개국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낮췄다. 그리스 정부가 민간 채권단과 벌이는 국채 교환 협상은 이번 주엔 합의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 소식과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좋게 작용해 국내 증시는 19일 새해 들어 처음으로 1900선을 넘어섰다. 국내 채권시장에도 활기가 넘친다. 우리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좋아진 덕이다. 우량 기업들은 은행 대출 금리보다 회사채 발행 금리가 더 낮은 단계에 이르렀다. 이런 평가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KT에 이어 다른 대기업도 미국 등에서 좋은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뉴스의 인물로는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을 꼽을 만하다. 한때 ‘닷컴의 아이콘’으로 칭송받던 그가 결국 자기 회사를 완전히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 소식에 주가는 올랐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는 뜻이다. 1995년 출범한 야후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구글에 검색광고 시장을 빼앗겼고, 페이스북에는 인터넷 배너 광고를 양보해야 했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매각 협상이 진행됐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중국의 자회사 알리바바가 야후 본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 역시 진전되지 못했다. 월가에서는 양이 버티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함에 따라 매각 작업이 다시 점화될 것 같다.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였던 미국의 이스트먼코닥은 창립 132년 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야후나 코닥이나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교훈을 다시 되새기게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